"해양경찰 조종사 '10년 의무복무' 무효"
2019-08-12 11:40:01 게재
법원 "장기복무약정 부당"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국가가 전직 해경 조종사 A씨를 상대로 "조종사 교육훈련비를 반환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09년 해경 경위로 임용됐고, 2011~2013년 외부 대학에서 조종사 양성과정을 마친 뒤 해경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2017년 A씨가 해경을 그만두자, 국가는 1년 11개월간 A씨의 조종사 교육훈련에 들인 교육비와 여비 등을 돌려달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조종사 양성과정을 지원할 때 해경은 "조종사로서 10년 이상 근무하고, 그렇지 않으면 양성에 소요된 경비 일체를 반납하겠다"는 서약서가 손해배상 소송 근거가 됐다. 국가는 A씨를 위해 지출한 1억1900여만원 중 1억189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 1월 제기했다.
국가는 "조종사 양성과정이 해양경찰청 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한다는 구체적인 공익 실현을 위해 거액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교육 훈련이므로 장기의 복무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조종사 양성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민간 항공사에서도, 개인이 이 비용을 부담하기 힘들어 사측이 '의무 근무 기간'을 두고 지원하는 게 일반화 돼 있다.
해경이 A씨에게 의무복무기간 10년 서약서를 받은 것도 이러한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해군과 공군 등은 조종사에게 13년에서 최대 15년의 의무복무기간을 두고 있다. 이는 군인사법을 통해 명시적 규정을 해 놨다.
하지만 A씨는 "이 약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과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국가공무원법 노동법이 규정하는 재량의 범위를 초과했다"며 맞섰다.
결과는 A씨의 승리였다. 재판부는 A씨와 국가 사이에 맺어진 약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우선 경찰공무원법에는 교육훈련과 관련한 의무복무나 소요경비 상환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의무복무기간은 다른 법에 명시돼 있지만 10년을 넘어서지도 않는다. 공무원 인재개발법과 시행령에는 '최장 6년의 범위에서 훈련 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만'을 의무 복무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 인재개발법을 적용하면 A씨의 경우 훈련 받은 1년 11개월과 복무 기간인 4년 1개월 , 즉 6년의 기간 동안 '의무 복무'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는 또 "약정에서 정한 복무의무 및 교육비 반환 부분은 공무원인재개발법 제13조 및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5·36조의 규정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고 할 것"이라며 "A씨가 훈련기간을 2배 이상 초과해 복무했으므로 일부 유효한 이 사건 약정을 기준으로 볼 때 복무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면서 "조종사 양성과정과 관련해 교육훈련을 받은 국가공무원에 대해 장기의 복무의무를 부여하는 별도의 근거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종사 양성과정의 공익적 측면만을 강조해 공무원 인재개발법의 관련 법령 규정에도 반한다"며 "개인의 직업선택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이번 약정을 적법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법에 의무복무기간은 10년까지 둘 수 있는 조항이 없는데다가 관련 장기 의무복무와 관련해 관련 법률의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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