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출동 헬기 탄약 일부 비어 복귀"

2019-09-03 11:47:02 게재

당시 탄약 보급한 하사관 증언

고소인, "헬기사격 목격자 더 있다"

전두환 변호인, 증언 신빙성 지적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88) 공판에서 '헬기사격'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고소인이며 조 신부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법정에서 추가 목격자가 있다고 증언했다. 또 5.18 당시 육군 항공대에서 탄약을 보급했던 하사 최종호씨는 출동 헬기에 탄약을 보급했고, 복귀 후 3분의 1이 비어 있었다며 헬기사격을 주장했다.
"전두환 재판" 증인 나선 전직 군 관계자│2일 오후 광주지법 앞에서 육군 31항공단 탄약관리 군인으로 근무했던 예비역 하사 최종호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관련 사자(死者)명예훼손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반면 전 전 대통령 변호인은 이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2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판사 심리로 전씨에 대한 6차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는 헬기사격을 입증하기 위해 1980년 5.18 당시 육군 31항공단에서 탄약을 보급했던 최씨와 조 신부 등이 증인으로 나섰다.

최씨는 1980년 5월 20일쯤 상부의 지시를 받고 20㎜ 전투용 고폭탄과 보통탄, 7.62㎜ 기관총탄을 헬기에 지급했고, 며칠 뒤 돌아온 헬기에는 고폭탄이 그대로 있는 반면 20㎜ 보통탄과 7.62㎜ 기관총탄 3분의 1 정도가 줄어 있었다고 말했다.

5.18 일지 등을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황석영 공저)' 등에 따르면 1980년 5월 21일 헬기사격이 있었다. 최씨 증언 등을 종합하면 20일 헬기에 탄약이 보급되고 다음 날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전씨 측 변호인은 5.18 당시 출격한 헬기가 광주로 갔고, 이때 사격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는지를 신문하며 최씨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씨는 이에 "추측이지만 그때 광주밖에 더 갈 데가 있냐"며 "TV를 보다가 전두환이 헬기사격이 없다고 하니까 왜 거짓말을 할까"라며 증언 이유를 설명했다.

양측 공방은 조 신부 증인신문에서도 이어졌다.

조 신부는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고, 하느님과 교회 앞에서 양심을 걸고 이 사실이 맞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조 신부는 특히 "조 신부가 성당에서 나오면서 평신도와 함께 목격했다"며 "사제를 일컬어서 파렴치한 단어를 써서 거짓말쟁이라고 한 데 대해 분노가 치밀고, 그런 망언 앞에 명예실추를 느낀다"고 말했다.

전씨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헬기조종사들은 조비오 신부가 착각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며 조 신부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등을 집중 질문했다.

다음 재판은 10월 7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사격을 목격한 천주교 신도 등 5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한편 전씨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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