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강간죄 16세로, 대상청소년 규정 폐지해야
김한균, '민주법학' 논문서 지적
"심각한 아동성착취 방치 끝내야"
김한균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민주법학'에 게재한 논문에서 "성폭력으로부터 아동청소년 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두가지를 제안했다. △형법상 의제강간죄 연령기준을 16세 미만으로 상향하고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매매 대상청소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박한 조건 부여, 궁색한 입법" = 현행 형법 제305조는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한 자는 본인의 승낙여부와 무관하게 강간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정 연령에 달하지 아니한 아동청소년이 성행위에 동의할 능력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취지는 일차적으로 성인이 합의행위를 구실삼아 실제로는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권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동청소년의 경우는 인생관, 관점, 결정, 책임, 권리를 충분히 그리고 자유롭게 누릴 때까지 안전하게 성숙할 수 있도록 보호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성매수자와 성매매 알선범죄자들이 주로 중학생(만13~15세)을 성매매에 이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2016년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는 주로 가출 후에 발생한다. 가출 당일에 성매매 피해자가 되는 비율이 23.8%나 된다.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의 하루 성매매 평균횟수가 2.7회에 달하며, 무려 10회 이상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시급히 의제강간죄 연령기준을 현행 13세에서 16세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형법 개정을 통해 13세 이상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는 경우에 한해 간음죄로 처벌하게 한 것도 비판했다. 김 위원은 "16세 미만 청소년은 단지 16세 미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성인에 비해 경제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이미 궁박한 사정에 있다"며 "연령기준 외에 궁박한 사정이라는 요건을 부가하는 것이야 말로 궁색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형법에서 의제강간죄 규정을 통해 성인이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성착취와 성폭력 대상으로 범하지 못하도록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반대로 '대상청소년' 폐지못해 = 김 위원은 "성폭력과 착취 피해 아동에 대해 자발적 여부를 분간해 피해아동청소년과 대상아동청소년을 구별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은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은 보호대상 아동청소년과 달리 '자발적' 성매매를 한 사람으로 보아 사실상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은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을 구별하는 것은 한국사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현실과 거리가 있고, 정책적 정당성과 효과성도 의문"이라며 "가출청소년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성매매를 유인, 권유하거나 가출팸 우두머리가 구성원 생활비를 구실로 성매매를 강요하기 때문에 성매매에 내몰린 아동청소년은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현 아청법을 개정해 성매매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아동청소년에 포함해 대상아동청소년 개념과 보호처분 관련규정을 폐지했다. 여가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넘어간 뒤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탁틴내일 등 아동청소년 시민단체는 '대상아동청소년 개념 폐지'를 담은 아청법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
김 연구위원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특별한 보호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며 "의제강간죄 연령 상향조정과 대상아동청소년 개념의 폐지를 통해 성인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과 성착취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