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공소장 재판부 재차 지적
2019-11-28 17:15:24 게재
김은경·신미숙, 무죄 주장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1회 공판을 열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들을 통해 박근혜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15명중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7월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 박 모씨가 임원추천위원회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 처리 및 재공모 실시' 의결이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박씨는 청와대가 추천한 후보였다. 신 전 비서관은 박씨 탈락의 책임을 물어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은 사죄,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 재발방지'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쓰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판 준비절차에서 재판부는 검찰에게 "공소장의 공범이 간접정범인지 공동정범인지 특정하라"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범행의 모의와 실행 등 공소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변경된 공소장을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이마저도 불만족스러운 모습이다.
검찰은 "재판부 요구에 따라 기존 공소장에 제기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공동범행과 단독범행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두고, 실행을 담당한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의 경우 책임 없는 간접정범으로 판단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기재했다"고 밝혔다. 범행을 주도한 사람들과 단순히 지시를 받아 실행한 이들을 추려서 선별 기소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장을 변경해준 검찰에 감사하다"면서도 "반박소지가 있는 사실 관계를 기초로, 공소사실을 기재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있는 '강요 행위'는 형법12조에 맞지 않는다"며 "강요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을 위협 받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폭력·협박이 있었다면 혐의도 직권남용이 아닌 협박·폭행·강요 등으로 기재됐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 직무수행에 있어 위법을 알고도 상관 지시를 따른 경우 책임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들도 함께 기소하는 것이 정의에 맞는다고 생각하며, (기소)하지 않으면 선별적 기소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담한 하위직 공무원도 기소를 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사전에 사직권유가 있다고 해 인사발령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사직권유가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만두실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 것과 '그만두지 않으면 재미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며 "그런데 공소장에는 (공무원들이) 사직요청을 한 것을 다 직권남용이라고 한다. 남용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봐 달라"고 요청했다.
또 "사직서 제출 13명 중 일부는 이미 임기가 지나거나 형식상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계속 근무를 했는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냐"고 주장했다.
신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대부분 환경부 내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신 전 비서관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환경부와 공모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임명이나 해임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공소사실에 적힌 행위는 피고인의 일반적 직무권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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