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연설 금지'에 속타는 소수정당들

"광고·방송토론회는 가능? … 빛좋은 개살구"

2020-04-06 11:06:59 게재

모정당 등에 타거나 마라톤·광고출연으로 대체하기도

연동형비례제 도입해놓고도 비례정당 선거운동은 금지

위헌심판중 … 2016년 재판관 5명 "선거운동자유 침해"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새롭게 도입됐지만 비례후보들은 공개장소에서의 연설이나 대담을 할 수 없게 돼 있어 공직선거법 규정들이 서로 배치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후보 연설·대담 금지'조항은 비례후보만 낸 정당들이 마라톤을 하거나 광고출연에 주력하게 만들고 있다. 비례위성정당들은 모 정당의 손을 잡고 선거운동효과를 내고 있다. 원외정당들은 대안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투표로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 4.15 총선을 열흘 앞둔 5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부산시선관위 주최로 수영구서핑협회, 크레이지서퍼스 등 해양레포츠 동호인들이 SUP(스탠딩 패들보드)을 타고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은 "2018년 11월 14일에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 79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면서 "지역구 후보를 많이 낸 정당들은 비례후보 등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해 같이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고 지역구 후보들이 비례기호를 선거운동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지역구 후보를 많이 내기 어려운 소수정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79조 1항에서는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중에 소속 정당의 정강, 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홍보하기 위해 공개장소에서의 연설, 대담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는 제외한다'고 못박았다.

◆비례정당들의 빈약한 대안들 = 비례후보들이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 제한규정을 피하기 위한 대안들을 찾아냈다. 거대양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모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업혔다. 공약과 색깔을 맞췄다. 지역을 돌면서 공동 협약식, 공동 선언, 공동 선거대책회의 등을 진행하고 같이 기자회견을 하기도 한다.

비례후보만 낸 열린민주당의 후보들은 TV광고에 직접 출연했다.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는 국토종주 마라톤에 나섰다. 민중당, 우리공화당 등 원내 소수정당이나 원외정당 역시 각종 퍼포먼스를 통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광고가 허용됐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중앙선관위 토론회도 원내 소수정당과 원외정당엔 기회를 주지 않아 '그림에 떡'이다. 하 위원장은 "소수정당은 돈이 많이 드는 광고를 하기가 어렵고 선관위나 방송사 토론회는 지역구 의석 5석이상, 3%이상의 지지율 등의 높은 기준을 적용해 원외정당은 아예 참여할 기회가 없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2016년 5(위헌)대 4(합헌) = 하 전 위원장은 지난 2016년에는 9명의 헌법재판관 중 5명이 위헌의견(4명이 합헌)을 내놔 이번에는 위헌결정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 기존의 결정을 바꿀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위헌 의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직선거법을 만들고 바꾼 국회나 중앙선관위도 이 조항이 왜 들어가 있는 지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헌법소원은 지난 2004년, 2012년, 2015년에 연이어 접수돼 각각 2006년, 2013년, 2016년에 합헌판결을 받은 바 있다.

2016년 당시 위헌의견을 낸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등 5명의 재판관은 "(선거공보, 방송연설, 신문광고, 인터넷광고 등) 여기에 할당된 지면이나 참여인원, 횟수, 시간적 범위 등이 법으로 엄격히 제한되고 있고 광고 등의 수단은 고액의 비용을 요하므로 지지율이 낮거나 소속 국회의원 수가 적은, 그리고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신생정당이나 소수정당은 이러한 방법들을 사실상 활용하기 어려워진다"며 "정당의 규모와 인지도에 관계없이 유권자를 접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연설 등 금지조항은 비례후보들의 연설 대담 기회 자체를 전면적으로 박탈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선거운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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