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정치인' 약진… 자치분권 도약 기대
경기·부산 등 단체장·지방의원 출신 대거 여의도행
중앙관료·유명인 '낙하산' → 지역에서 검증된 인물
4.15 총선 결과,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을 지낸 후보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경기도와 부산, 광주 등 곳곳에서 여야를 떠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경험한 후보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과거 중앙관료나 유명인사가 '낙하산' 공천을 받아 당선되던 것과 달리 지역정치활동을 통해 검증된 인물이 국회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도전하는 숫자에 비해 당내 경선이나 본선을 통과하지 못한 '풀뿌리' 후보들도 많아 여의도 중심 현실정치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단체장·지방의원 출신 후보 7명이 처음 당선됐다. 우선 전직 경기도의원 4명이 국회에 진출했다. 안양 만안에서 승리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3선 도의원 출신으로 도의회 의장, 경기도 연정부지사를 지냈다. 미래통합당 소속 최춘식(포천·가평) 당선인과 민주당 소속 서영석(부천정), 고영인(안산 단원갑) 당선인도 경기도의원 출신이다.
기초단체장 출신 후보는 재선을 포함 4명이 당선됐다. 민주당에서는 양기대(광명을) 전 광명시장과 김철민(안산 상록을·재선) 전 안산시장이, 통합당에서는 정찬민(용인갑) 전 용인시장과 김선교(여주·양평) 전 양평군수가 각각 당선됐다. 반면 안양·안산·평택시장을 지낸 이필운(안양 만안)·박주원(안산 상록갑)·공재광(평택갑) 통합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나선 이석우(남양주을) 전 남양주시장, 유영록(김포갑) 전 김포시장은 고배를 마셨다.
서울에서도 전직 구청장 출신 민주당 후보 2명이 당선됐다. 이해식 전 강동구청장은 강동구을에서,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은 성북구갑에서 국회 진출에 성공했다.
부산에서는 시의원 출신 후보 5명이 당선,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번 총선에는 부산시의원 출신의 이주환(연제) 황보승희(중영도) 전봉민(수영) 정동만(기장) 백종헌(금정) 김척수(사하갑) 6명이 통합당 후보로 도전했다. 이 가운데 김척수 후보를 제외한 5명이 국회진출에 성공했다. 부산시의원 출신 국회의원은 역대 4명(16·18대 각 2명)에 불과했으나 이번 총선에선 한꺼번에 5명이 당선됐다. 이주환 당선인은 "시의원 출신으로서 국회에 진출해 기쁘다"며 "공약으로 제시한 청년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소통 채널을 늘리고 빈집을 활용한 청년주택 등 지역현안을 잘 챙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전남도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을 거쳐 국회의원에 당선된 '풀뿌리 정치인'이 늘어난 지역이다. 광주시의 경우 20대 국회의원 중에서는 1명도 없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에서 3명이나 당선됐다. 민형배 광주 광산을 당선인은 재선 광산구청장 출신이고, 이형석 광주 북구을 당선인과 조오섭 북구갑 당선인은 각각 재선 광주시의원을 거쳤다. 전남에서는 기초단체장 출신만 2명이다. 서삼석 영암무안신안 당선인은 무안군수를, 신정훈 나주화순 당선인은 나주시장을 각각 지냈다. 주승용 국회의원은 여수시장을 지낸 풀뿌리 정치인이지만 이번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대구·경북에서도 기초의원 출신 2명이 여의도로 입성했다. 강대식(대구 동구을) 통합당 당선인은 동구의회 의장과 동구청장을 역임했다. 경북에선 구자근(구미갑) 통합당 당선인이 도의원 출신으로 유일하게 당선됐다.
이 밖에 인천에서는 민주당 소속 이승만(부평갑) 전 인천시의회 의장이, 울산에선 통합당 소속 박성민(중구) 전 중구청장과 권명호(동구) 전 동구청장이 국회로 진출했다. 경남에서는 강민국(통합당) 전 경남도의원이 진주을에서 당선됐고, 충북 제천·단양에서는 엄태영(통합당) 전 제천시의원이 다섯차례만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노민호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결과에서 확인된 동서(지역)와 계층 사이에 심화된 격차를 통합하는 것이 향후 정치권의 주요 과제가 될 텐데, 그 핵심이 바로 '자치분권형 개헌'"이라며 "풀뿌리 정치인들이 늘어난 만큼 지방분권이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