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자크 아탈리 미래 경제학자

"이타적 스마트 도시, 코로나 이후 세계 이끌 것"

2020-10-28 11:19:57 게재

"도시 떠나 자연 찾는 사람들 갈수록 늘어" 미래도시 근본 과제 될 것

경제·환경·사회·민주적 거버넌스 4박자 갖춘 도시, 다음세대에 유익

서울 브랜드, 긍정적 요소 많지만 세계적 리더십·활용능력 아직 부족

AI·첨단기술, 민생경제와 접목할 때만 의미 … 이타성, 지속가능도시 핵심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를 선도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 서울시가 갖춰야할 리더십과 비전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적 석학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서울시는 28일 제5회 서울브랜드 글로벌 포럼을 개최,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산업혁명 가속화 등 새로운 길로 접어든 세계를 바라보며 서울의 미래를 전망하고 서울 브랜드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국가·기업 브랜드 컨설팅 세계적 권위자이자 국가브랜드 개념 창시자인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 프랑스 파리정학교 초빙교수이자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Guy Sorman), 저명한 미래학 저서 '미래의 물결' '미래 대예측'의 저자인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등이 대거 참석해 영상을 통해 대담을 진행한다.

내일신문은 26일 행사를 앞두고 자크 아탈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메일을 통해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서울은 커다란 잠재력을 가졌지만 아직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생경제에 충실한 이타적 도시로 성장할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자크 아탈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당신의 저서 <등대>에 23명 인물의 전기가 실려있다. 그 중 당신의 배움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1명을 꼽는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도 한 명을 꼽자면 지오다노 브루노 일 것 같다. 신의와 과학적 진리를 무엇보다 중시하고 진실은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여긴 사람이다. 지오다노 브루노는 태양은 거대한 은하계의 일부일 뿐이며 사실 수많은 은하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포함해 중대한 과학적 발견을 한 사람이다. 위대한 시인이기도 했다. 그는 그 용기 때문에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오다노 브루노는 전에도 지금도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부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30대 때 이미 프랑스 대통령이 됐을 거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학력을 보유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비결이 있다면

나는 재능이나 IQ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완성된 삶, 좋은 삶, 유익한 삶, 삶의 이상을 추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해 때로 그 이상에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의 의지가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 이상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라. 영어 표현에 'grit' (기개)이라는 단어가 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예를 들어 나는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를 일주하며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차 산업혁명이 더 빠르게 다가왔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보여지는데 코로나 이후 세계 도시들에 새롭게 주어진 과제가 있다면

도시는 5000년이 넘게 지속되어 왔다. 사람들이 만나고 부딪히는 장소들은 변화와 혁신의 장이 됐다. 지리적으로 개방된 항구 도시들이 역사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유이기도 하다. 디지털화는 도시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새 장을 열고 있다. 자체가 지닌 영향력과 역할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도시는 엘리트 집단뿐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들과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문화 금융 기술 서비스를 유인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살고 싶어한다. 이는 미래 도시들에게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다. 살고 싶은 도시 환경을 위해 시청, 박물관을 포함한 모든 시설이 2마일 안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나는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환경을 구축하려면 이런 시설들이 모두 30분 내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시대, 브랜드 파워가 강한 도시가 되려면 필수역량은 무엇인가. 이전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앞으로 도시들은 훌륭한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디지털화하고 환경을 중시하고 공원시설 등 여가 공간이 많은 교외 지역과 인접해 위치하고 장시간 대기할 필요 없이 공공 서비스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 나는 이런 도시를 "긍정적 도시" (positive city) 라고 부른다. 긍정적 도시는 경제·환경·사회·민주적 거버넌스 등 4개 분야에서 다음 세대에 유익한 도시를 말한다. 내가 만든 포지티브 플래닛 재단은 '도시의 긍정성'을 평가하는 몇 가지 지표를 개발했다. 도시는 건물, 영화, 소설, 기념비, 공원 등 상징성 있는 장소들로 대표되는 소프트파워가 담긴 '혼'이 있는 장소여야 한다.

■서울브랜드 에 대해 알고 있는지. 긍정적 도시라는 측면에서 서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I SEOUL U 브랜드를 알고 있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이 긍정적인 도시인가 논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지표들에 대한 수치가 필요하다. 위에서 답변 드렸듯 도시 브랜드는 도시의 혼을 담고 있어야 한다. 브랜드는 우리가 익숙한 건물, 영화, 소설, 기념비, 공원 등 상징성 있는 장소들로 대표되는 서울의 혼(Soul of Seoul)을 담고 있어야 한다. 'I Love New York' 브랜드가 익숙한 이유는 뉴욕의 이미지가 영화나 기타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브랜드의 미래를 유망하게 보고 계신데 특히 서울의 어떤 면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지. 서울브랜드가 세계에서 서울을 가장 중요한 도시로 꼽게 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가

도시가 잘 알려져 있고 사람들이 그 도시를 선망할 때 도시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시 브랜드만 가지고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가 될 수 없다. 영향력 있는 도시인 이유 중 한 가지는 될 수 있겠지만. 아직 서울은 그러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브랜드의 효율적인 활용에도 어려움이 겪고 있다. 영화, 소설, 사진 등 예술 산업을 활용해 세계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서울이 그동안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내며 지속가능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앞으로 이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기울여야할 노력은

서울은 경제, 환경, 사회, 민주적 거버넌스 4개 분야에서 지속적인 발전 성과를 거두고 있다. 4개 분야에 대한 성과는 매년 점검돼야 하며 필요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도시 브랜드는 도시가 성취한 성과를 나타내는 거울이지만 성과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이 더욱 디지털화되기 위하여 브랜드와 AI를 접목시키는 방안이 있다면. 기술적 측면에서 브랜드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거듭 말씀 드리지만 진정성 있고 지속 가능한 브랜딩은 도시가 이룬 성과의 거울이다. 따라서 서울은 시민들을 위해 AI와 소셜 미디어를 보다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실용성이 중요하다. AI의 발전은 보건, 사회, 교육, 웰빙, 문화 전반에 실질적인 발전을 일으킬 때에만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제가 '민생 경제' (economy of life)라고 부르는 것과 맞닿아 있는 요소들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이타적 도시라는 생소한 개념을 주장했다. 스카트화된 이타적 도시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는 새로운 개념으로 아직까지 도시에서 이를 활용한 적이 없다. 서울은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나는 서울이 이 개념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다. '이타적인 스마트 시티'는 AI를 활용해 시민들과 그 후손은 물론 서울을 방문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기술을 제공하는 장소를 말한다. '이타적인 스마트 시티'라는 비전은 민생 경제의 모든 우선순위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서울이 세계도시를 리드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

세계를 선도하는 도시는 보건, 사회적 가치, 교육, 웰빙, 문화 전반에 있어 시민들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도시를 말한다. 대한민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고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실용적이며 이타적인 국가, 민생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라고 브랜딩하는 데 좋은 자산이 될 것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 또한 브랜딩 차원에서 이익을 누릴 것이다.

■컬럼니스트이자 통찰력을 지닌 미래학자로 명망이 높다. 언론의 미래, 언론의 변신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는가

이 질문은 정확히 내 다음 책의 주제다(웃음). 내년 1월 발간될 책 내용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 프랑스에서 먼저 출판될 예정이며 내년 중 한국어 번역본도 출판되길 기대한다.


20년전부터 세계적 감염병 확산 예고

자크 아탈리는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파리정치학교에서 경제학, 에콜폴리테크닉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프랑스국립행정학교를 마친뒤 파리소르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을 받았다. 프랑수와 미테랑 대통령 경제고문과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1991년에는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를 맡았다. 국제빈민구제기구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도 역임했다. 미래의 물결, 미래대예측 등 미래학 저서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년전인 1999년 자신의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지구촌에 대규모 전염병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다. 2018년에 펴낸 '미래대예측'에서 세계적으로 만연한 이기주의가 경제불황과 전염병 확산을 가져올 것이라고 또다시 경고해 주목을 받았고 그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아탈리는 남을 위하는 일이 결국은 가장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며 이타적 도시, 이타적 행동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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