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취업' 체질개선│③ '양보다 질'-경주정보고교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단 꾸려 해외 우수취업처 공략"

2020-12-28 11:14:29 게재

중앙취업지원센터 취업설계도, '기업-학교' 맞춤교육과정

올해 신입생 100% 충원 … 도농복합도시 특성화고 모델

2017년 제주도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은 특성화고를 비롯한 '고졸취업'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열악한 실습 환경에 국민들과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학교는 아이들을 위험한 일터에 보내기를 꺼려했다. 고졸취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쳤다. 교육부는 고졸취업 체질개선에 나섰고, 학교와 기업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올해 경주정보고등학교(교장 이상명) 류호승 학생이 '2020년도 한국은행 일반사무직원' 공개채용에 최종 합격하면서 지역사회 화제가 됐다. 류 군은 1차 실무면접과 인성검사, 2차 심층면접에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전국 합격생 4명 중 유일한 남학생으로, 상업계 특성화고 채용 부문에 합격한 것. 류 군은 금융권 취업을 꿈꾸며 금융계열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고, 특성화고 교육목표에 맞춰 진행된 각종 취업역량강화사업에 충실히 참여했다.

기술기능인재상업경진대회 관광서비스 분야 교육. 사진 경주정보고 제공


이효숙 경주정보고 부장교사는 "1학년 때부터 한국은행 채용을 목표로,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공기업취업반 프로그램에 참여해 꿈을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주정보고교는 전국 유일 상업계열 남자 단설 사립 특성화고다. 67년이라는 역사를 바탕으로 남자특성화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관광서비스, 품질경영, 물류유통, IT융합정보 4개과 27학급 규모의 학교로, 도농복합 중소도시에서 당당히 취업 명문고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따라잡기 위해 2021학년도에는 물류유통과를 스포츠마케팅과로 개편했다. 1인 창업의 기본이 되는 '유튜브운영'을 전교생 필수교육과정으로 선정했다. 기업이 원하는 미래인재 양성에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러한 대응 전략은 농촌지역 학교임에도 올해 신입생 100%충원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4차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에 맞는 교육과정과 학과개편은 학생과 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결과, 최근 3년간 졸업생 2/3가 우수기업에 취업, 도농복합 중소도시에 맞는 특성화고 정체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중소벤처기업부 특성화인력양성사업 지게차 훈련. 사진 경주정보고 제공


◆중앙취업지원센터 취업정책 효과 커 = 경주정보고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과 취업사례를 지역사회와 공유했다. 지난 10월 박백범 전 교육부 차관 주재로 열린 랜선 간담회에서 '취업률 1등의 비결'을 공유했다. 이날 세종 중앙취업지원센터와 4개 시도교육청이 참여해 경주 정보고 사례를 놓고 토론했다.

경북교육청 고졸(특성화고)취업률은 지난해 55.6%, 올해 50.2%로 교육부 취업률 통계 기준 2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교육부와 중앙취업지원센터가 제시한 융합형 고졸취업 정책을 특성화고에 빠르게 접목시켰다. 경북형 취업 특색 프로그램인 △경북기술기능인재양성학교 △운영 △학교별로 취업지원관 1~2명 배치 후 취업전문가로 양성 △직업교육박람회를 열고 고졸취업 인식개선과 현장 채용에 부족함이 없음을 제시했다.

학교 특색 프로그램 중 하나인 '글로벌 현장학습'은 해외취업 성과로 나타났다. 경주정보고 학생들은 세계 현장을 누비며 실력을 쌓았고 당당하게 실력을 겨뤘다. 학교는 해외 취업과 연계한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했고, 학생은 글로벌 실무역량과 감각을 갖춰 나갔다.

맞춤형 현장실습


2012학년도부터 미국(LA), 캐나다, 중국(상해), 베트남, 체코에 매년 학생 10여명을 파견하고 있다.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현장실습을 통해 직무역량을 강화시킨다는 취지다. 글로벌현장학습에 참여한 후 해외 취업에 성공한 최명구 군은 "입학 후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꿈을 키웠고,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현장학습에 자신 있게 참여해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체코 투자청 및 우스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 체코 직업계고와 자매학교 협정도 맺었다. 체코 우수기업 5곳에서 3개월간 현장실습을 진행한 후 현지에서 취업을 하거나 국내 관련 기업에 취업했다. 경주정보고 이상명 교장은 "글로벌 실무역량과 감각을 갖춘 기능 인재 양성에 교육과정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해외 취업 역량 강화로 직업생태계 영역을 확장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job go반'은 상업정보계열 남자특성화고 자존심으로 불린다. 이 반은 학생 맞춤형 취업관리시스템 운영으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기 어려운 공단, 공사, 금융기관 등 남자 사무행정직 취업처를 공략하며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취업 맞춤반'은 지역산업 분야 현장 수요를 반영해 운영한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이다. 기업은 취업맞춤반 위탁훈련을 맡아 진행하며 학교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창업 비즈쿨 역시 인기가 높다. 학생들은 특성화고 학과별 전공지식을 최대한 살려 동아리 활동을 펼치고, 학교와 지역 기업들은 학생 창업지원에 나서는 구조다.

글로벌 한국 문화와 음식의 밤 행사 준비


◆ 미래형 첨단 SW교육 도입 = 경주정보고는 소프트웨어 지정 선도학교다. 4차산업혁명에 따른 기업의 변화를 예측, 미래인재 양성에 나선 것. 이를 위해 첨단 SW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과융합형 EOL 교육, 아두이노, 마이크로비트, 각종 센서를 활용한 컴퓨팅 사고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산학일체형 도제 시스템 운영으로 취업후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교육을 하고 있다. 고용과 연계된 학습근로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은 취업 만족도를 높인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기술력 향상은 직무만족도와 안정적인 '선취업 후진학' 모델로 자리잡았다. 학생들은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현장 중심의 직업교육을 받는다. 결과, 매년 우수기업 취업 사례가 쏟아지는 맞춤형 교육시스템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경주정보고 '명품 job go반'은 올해에도 한국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석유관리원,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우수기업 공채에 합격자를 배출했다.

경주정보고 이상명 교장은 "교육부-경북교육청이 제시한 직업교육 우수정책을 통해, 학생과 기업이 원하는 상생의 취업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경주정보고가 도농 특성화고에 맞는 고졸취업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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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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