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반도체 공급난, 고성능시장 노려라

2021-04-12 11:58:55 게재

자동차연구원 "자율차 전환 가속화로 시장 형성" … 국내업계, 해외의존도 98%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고성능 반도체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2일 산업동향보고서에서 최근 수급 차질이 가장 큰 품목은 차량의 전장시스템을 제어하는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이라고 밝혔다.

이어 MCU 생산 리드 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시간)은 대만 TSMC의 반도체 주문 폭주로 기존 12∼16주에서 26주∼38주까지 늘어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TSMC는 전세계 MCU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반도체기업들의 휴대폰·가전용 제품 우선 생산방침에 잇단 재해와 사고까지 겹치면서 더욱 심화됐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올 1분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 물량은 1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앨릭스 파트너스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매출액이 약 606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경우 수익성이 낮고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TSMC의 지난해 4분기 매출 가운데 3%를 차지하는 데 그칠 정도로 비중이 작고, 수익성도 낮다. 또 사용 조건이 까다로워 개발부터 양산까지 10년 정도 소요된다.

특히 다른 반도체보다 높은 안전성과 신뢰도가 요구돼 NXP, 르네사스,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마이크로칩 등 일부 기업만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98%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MCU 등 주요 품목의 국내 공급망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자동차연구원은 "이미 글로벌 강자들이 견고하게 자리잡은 MCU 중심의 차량용 반도체시장에 진입하기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자동차에는 1대당 40여개의 MCU 기반 분산처리형 전자제어장치(ECU)가 탑재돼 있다. 하지만 향후 5∼6년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AP 기반 집중처리형 고성능 제어기를 채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AP 기반 집중처리형 고성능 제어기는 1대당 3개 이상이 탑재될 전망이다.

자동차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가 AP와 같은 범용 통합 칩으로 대체되면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개인용 비행체(PAV) 등에 확대 적용된다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고성능 반도체시장의 미래차 기술 연구개발에 글로벌 기업들이 나서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와 반도체 업체의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보안·데이터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텔은 AI 기술을 적용한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여러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을,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용 AP를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연구원은 차량용 AP는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엄격한 안정성 검증이 요구되는 만큼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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