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 한일 경제안보협력으로 돌파구 모색해야"

2026-06-23 13:00:03 게재

양국 경제전문가, 에너지 협력 등 다양한 대안 제시

상호 직접투자 꾸준히 증가…노동시장 통합 주장도

한국과 일본 경제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양국간 경제협력에 관해 머리를 맞댔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국제통상질서와 경제안보환경의 변화에 맞서 한일 두나라가 상호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외국어대 한일정책연구센터(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얄타 2.0시대 국제질서 변화와 한일경제안보협력’이라는 주제로 ‘제2회 한일경제안보협력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 교수와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 사하시 료 도쿄대 교수 등 두나라 경제안보와 통상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외대 한일정책연구센터(센터장 이창민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제2회 한일경제안보협력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한일 양국의 경제 및 통상전문가들은 양국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백만호 기자

이창민 한일정책연구센터장은 포럼 개최와 관련 “강대국이 세계를 다시 자신의 세력권으로 분할하려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국면은 80여년 전 얄타체제를 연상시킨다”면서 “얄타 2.0시대에 한일간 협력을 중장기적 관점으로 확장해 양국 정부의 정책수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현재 조성되고 있는 국제경제안보질서의 급변을 지적했다. 스즈키 교수는 “미국이 갖고 있던 공급망이 제약되고, 중국은 희토류를 중심으로 주요 광물의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됐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중국이 경제적으로 무기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성빈 아주대 교수도 “미중 갈등과 러·우전쟁 등 글로벌 충격으로 무역과 금융, 에너지 분야 전반의 분절화 현상이 가속회되면서 구조적 뉴노멀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급변하는 국제경제안보질서속에서 한일 두나라가 함께 할 수 있는 협력에 대한 다양한 제안도 나왔다. 사하시 료 도쿄대 교수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구조적 대립에서 잠정적 안정상태에 들어갔다”며 “글로벌 거버넌스가 퇴보하는 상황에서 한일은 미국의 일방적 공급망 재편 및 방위비 증액 압박 등에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포럼에서는 한일이 당장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에너지 안보협력이 많이 거론됐다. 쿠노 아라타 아세아대 교수는 “한일은 지난 3월 체결한 공급망파트너십 각서(SCPA)의 성과를 진전시켜야 한다”며 “지난달 안동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에너지스와프 및 광역에너지협력(POWERR Asia)의 성과도 축적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수소와 암모니아 등 청정에너지 시장의 형성 과정에서 양국이 ‘공동 수요국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며 “차관급 통합에너지 대화를 신설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서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양국이 △단기 LNG·원유 위기대응 프로토콜 공유 △해상풍력 기자재 및 계통안정화 전력망 공동 연구개발 △핵심광물 원산지 추적성 데이터 표준화 등을 제시했다.

안도 마사미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소장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의 통합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의 청년 취업난과 일본의 구인난이 비대칭적인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며 “한일이 공동으로 검증할 수 있는 ‘인턴십 교환제도’ 및 비자규제 완화를 통해 ‘한일 청년 화이트칼라 노동시장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 양국간 상호투자는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대일 직접투자는 2020년 연간 16억8000만달러로 정점을 찍고 주춤했지만 2025년 17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투자 분야도 정보통신 등 첨단분야가 최근 5년간 8%에서 32%로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대한국 직접투자도 꾸준하다. 일본은 2012년 45억4000만달러로 정점을 보인 이후 하락했지만 2024년 연간 61억2000만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투자비중이 2020년 35%에서 지난해 86%로 급증했고, 전기전자(43%)와 화학공업(16%) 등의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은지 한국무역투자공사(KOTRA) 전문위원은 “한일 산업협력은 개별 프로젝트 중심으로 추진되는 특징이 강해 이를 조율하고 연계할 상시협의체가 부족하다”며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상시 협력플랫폼을 운영해 단순 정보교류에서 실증 수요 발굴과 공동프로젝트 기획 등 지속적 사업화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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