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잠실시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2026-06-23 13:00:04 게재

“잠실시위에 한 번 가보고 싶다.” 한 경찰관은 얼마 전 배우자로부터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평소 집회시위 현장에 얼씬도 않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촛불’도 ‘태극기’도 안 쳐다보던 부인은 “궁금해서”라고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많다는 그 곳에 왜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이 굳이 모여드는 건지 이유를 알고 싶어서란다.

서울 잠실개표소(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가 어느덧 20일을 앞두고 있다. 이곳의 풍경은 숫한 집회시위를 지켜봐온 기자·경찰들의 머릿속에도 ‘물음표’다.

그동안 시위현장 한편에선 경기장 출입구 폐쇄, 통행인 사적 검문, 취재진 폭행 같은 범법행위가 잇따랐다. 흉기 자해, 가스총 소지 적발 등 아찔한 일들도 있었다. 다른 한편에선 극우·음모론과 거리를 두면서 참정권 회복을 요구하는 평화집회가 꾸준히 열렸다. 위치가 공원이다 보니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나타났다. 어린이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그리는 ‘유치원’과 한편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무료 과외교실까지 열렸다.

상식적 분노를 공유하는 일반시민과 선거 자체를 조작으로 믿는 극단적 음모론자가 한 공간에 모자이크처럼 얽힌 기이한 혼재. 어쩌면 그 상태의 이유가 궁금한 어느 평범한 주부도 그 인파 속에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경찰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행 집시법은 주최자와 집행부가 명확한 전통적 집회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반면 잠실시위는 온라인을 통해 자발적·개별적으로 모인 군중이 상당수다. 대화나 경고를 전달할 공식 협상창구가 없고 자진해산 유도도 불가능하다. 강제 해산을 하려 해도 작전통제가 어렵다.

경찰은 불법행위에만 엄정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거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일반인과 이른바 ‘선동가’들이 뒤섞인 무리 속에서 불법행위자를 제재하려다 자칫 ‘과잉진압’이라는 비난은 물론 시위 현장의 혼란을 키우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어서다. 외과의사 뺨치는 정밀한 시위관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물론 잠실의 대치 국면도 어쨌든 언젠가 마무리는 될 것이다. 문제는 시위가 언제 해산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다. 주최자 없이 모여든 군중, 그리고 상식과 음모론이 뒤섞인 새로운 집회 양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공원’이지만 다음번에는 광화문 한복판이 될 수 있다.

시위의 종료를 위해서는 투표지 부족사태의 진상규명이 선결조건이다. 투명한 조사과정과 일반 시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요구된다. 조사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후속 대응은 사태의 연착륙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가깝게는 경찰이, 멀게는 국가 시스템과 정치가 이번에 어떤 선례를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걸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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