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한 위협’ 미래 대량살상무기 벌떼드론
핵과학자협회 “전쟁에 쓰일 때까지,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벌어질 때까지 두고볼 수 없어”
‘지구종말시계’로 유명한 75년 전통 핵과학자협회의 최근 회보(BAS)에 따르면 2016년 10월 미국 국방부 전략능력국은 F/A-18 슈퍼 호넷 전투기에서 103대의 페르딕스 마이크로 드론을 날려보냈다. 드론들은 분산두뇌를 활용해 서로 통신을 주고받으며 복잡한 편대로 헤쳐모이기를 반복했다. 전장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편대로 재결합했다.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당시 국방장관 애쉬 카터는 “캘리포니아주 차이나레이크 상공에서 선보인 벌떼드론(군집드론, drone swarm)은 일종의 최첨단 혁신으로 미국이 적국들에 앞선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이후 “사실은 전략능력국이 아니라 MIT 공대생들이 시중에 판매하는 부품으로 벌떼드론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BAS는 “MIT 공대생들은 전세계 최고 수준의 학생들로 드론 제작이 가능한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학생일 뿐이다. 만약 벌떼드론 기술을 학생들이 개발할 정도로 접근가능하다면 글로벌 확산은 사실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각국은 새로운 드론기술을 신속히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인과 전문가들도 드론 발전속도를 쫓아가기에 버거울 정도라고 한다. 동시에 벌떼드론 관련 연구는 대중의 가시적 인식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
BAS는 “많은 국가들이 벌떼드론을 배치한다면 전세계 안보에 중대한 리스크를 제기한다”고 우려했다. 잠재적으로 저강도 핵무기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대량의 벌떼드론이 이론적으로 가할 수 있는 인명살상은 2차세계대전 당시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에 버금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대부분의 벌떼드론은 이런 수준의 공격력을 갖기 힘들겠지만 그같은 극단적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가사키 핵폭탄에 버금갈 수도
BAS에 따르면 벌떼드론을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 문제다. 드론은 전자상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또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IS가 만든 것처럼 강력 접착테이프와 합판을 가지고 손수 제작할 수 있다.
벌떼드론이 제기하는 도전과제는 개별 기기를 서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신 프로토콜을 개발해 드론 간 정보를 공유하고, 충돌을 관리하고, 집단적으로 어떤 드론이 어떤 임무를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드론별 임무 배분 알고리즘이 있다면 벌떼드론 내에서 특정 임무를 할당받는 특정 드론을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면 쉽게 공유된다. 단지 드론에 코드만 입력하면 된다.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은 매우 복잡하다. 군인과 시민, 그리고 각종 차량들이 드나든다. 때문에 드론 제조는 제대로 된 설계와 시험, 확인을 요구한다. 드론의 비균질성(각기 다른 크기의 드론 또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의 활동 가능), 유연성(개별 드론을 손쉽게 첨가하고 뺄 수 있는 능력)은 아주 독창적이다. 그러나 드론들을 한데 모아 폭탄을 투하하는 건 아주 익숙하다.
완전 자율적인 무장 벌떼드론은 미래의 대량살상무기가 된다. 물론 인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이었던 ‘차르 봄바’(Tsar Bomba)나 대부분의 주요 핵무기만큼 피해를 주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벌떼드론은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사용된 핵무기 수준의 파괴력과 살상력을 가질 수 있다. 당시 일본에선 수만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는 벌떼드론이 전통의 대량살상무기의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 시민과 군인을 구별할 정도의 제어력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세계 각국은 이미 매우 거대한 드론 군단을 만들고 있다. 올해 1월 인도 국민군의 군사 퍼레이드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75대의 자율능력의 벌떼드론이 처음으로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인도군은 이를 1000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 분야 기네스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사전 프로그램을 탑재한 3051대의 드론을 동시에 띄웠다. 미국 해군대학원은 100만대의 벌떼드론을 수면 위와 바다 속, 바다 위에서 운용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나가사키 핵폭탄 급의 피해를 가하려면 3만9000대 정도의 무장 벌떼드론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드론의 폭발력을 늘린다면 그보다 훨씬 적은 수만으로 가능하다.
국가안보,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수천, 수만대의 드론은 차치하고 자율능력을 가진 단 1개의 드론만이라도 시민과 군인을 적절하게 구별할 수 있는지를 놓고 토론중이다. 영국 셰필드대 AI·로봇공학 명예교수인 노엘 샤키는 특정의 협소한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드론이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할 수 있으려면 5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반면 미국 조지아공대 로봇공학자인 로널드 아킨 교수는 자율능력 드론이 시민의 살상과 재산 피해를 줄이는 측면에서 인간보다 더 낫다는 점이 곧 증명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인공지능은 아직 전장의 복잡성을 다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벌떼드론은 치명적인 자율능력 무기가 인류에 어떤 리스크를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설계와 시험, 확인을 제대로 거친 자율능력 드론이 부정확한 목표물을 타격할 가능성은 0.1%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천대의 드론으로 확대됐을 때, 0.1%의 오류 가능성은 실제적으론 중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무인군대’(Army of None)란 저서를 낸 신미국안보센터(NASC)의 군사용 AI 전문가 폴 샤러는 “자율능력 무기의 배치와 사용의 빈도 역시 중요하다. 자주 사용되는 무기는 실수할 기회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각국이 AI 드론을 앞다퉈 연구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설계와 시험, 확증을 거친 드론만 생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드론이 상호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한 드론의 실수가 군집드론 전체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벌떼드론 역시 이른바 창발적 에러의 위험이 있다. 창발적 행동은 개별 단위의 행동에서 복잡한 군집적인 행동이 유발됨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는 벌떼드론의 강력한 이점이기도 하다. 벌떼드론이 한 드론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가회복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도 일종의 창발적 행동이다. 문제는 창발적 행동 역시 부정확한 정보가 개별 드론에 공유될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집단적 실수를 낳을 수 있다.
재래식 무기 압도한 벌떼드론
벌떼드론의 확산은 이미 글로벌 공동체에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아르메니아와의 전투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드론이 아르메니아의 군대를 박살냈다. 지난해 9월 말 발발해 6주 넘게 이어진 두 나라간 교전에서 아르메니아는 탱크와 레이더, 장갑차 등 재래식 지상군에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이 띄운 벌떼드론의 손쉬운 먹잇감이 됐다. 드론이 참호 속 아르메니아 병사들을 찾아내고 움직이는 차량을 타격했다. 144대의 탱크, 35대의 장갑차, 19대의 병력호송장갑차, 310대의 트럭을 파괴했다. 속수무책인 아르메니아는 결국 항복했다. 아르메니아 국민들이 이에 격분해 의회 원내대표를 공격하기도 했다.
벌떼드론은 대량살상 공격을 수행하는 극강의 유용함을 가졌다. 핵무기가 없는 국가들에겐 전략적 억지력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테러리스트에 의한 암살무기로도 쓰일 수 있다. 2018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두대의 드론공격을 받았다. 마두로 대통령이 급히 피신해 위기를 모면했지만, 이 공격은 벌떼드론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만약 암살자들이 30대의 드론으로 공격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벌떼드론은 또한 사용이 금지된 생화학무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통합환경센서를 갖춘 단일의 드론은 재래식무기와 화학무기를 동시에 갖춘 전술을 수행할 수 있다. 생화학무기의 사용을 금지한 국제협약은 이미 구멍이 송송 뚫렸다. 벌떼드론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벌떼드론이 시민에 대한 위협을 줄여줄 수 있다고 해도, 우발적 실수는 상황 악화를 고조시킬 리스크를 갖는다. BAS는 “만약 벌떼드론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군인들을 우발적으로 살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하고 우려했다.
BAS는 “전세계 각국은 벌떼드론의 확산을 억제하는 글로벌 기준과 협약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치명적인 자율능력 무기에 대한 UN 논의에 벌떼드론을 포함시키는 등 관련 기술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BAS는 “치명적인 벌떼드론이 전쟁에 쓰일 때까지, 또는 테러리스트의 드론 공격이 벌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전세계는 벌떼드론이 제기하는 위협을 당장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