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미소의 완성, 치아 넘어 안면 조화 시대로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마주하며 보낸 세월이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치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과거의 치과가 단순히 ‘아픈 치아를 뽑고 때우는’ 질병치료와 기능적 회복에 집중했다면, 현대의 치과는 정기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하는 관리영역에 중점을 두는 한편 기능회복을 넘어 ‘아름다운 미소’를 디자인하는 안면 심미의 영역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혔다.
흔히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독소’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로 식중독과 관련된 연구에서 발견되었다. 19세기 초 독일의 의사 유스티누스 케르너가 부패한 소시지를 먹고 마비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관찰하며 이 독소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을 위협하던 이 강력한 독소는 1970년대 알란 스콧이 복시와 사시 치료에 사용하면서 의학적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1989년 안면떨림에 대한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했다.
이후 1991년 앨러건이라는 회사가 ‘보톡스(Botox)’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했고 1990년대에는 보톡스의 사용 부작용으로 눈가 주름이 감소하는 것을 파악하고는 심미 영역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보톡스의 사용으로 근육의 힘을 선택적으로 약화시켜 다양한 근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근육 위축이 동반되는 것을 새로운 임상영역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과 영역에서는 단순히 주름을 펴는 목적을 넘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저작근에 주입해 턱관절 통증과 이갈이를 완화하는 기능적 치료에 먼저 주목했다. 이후 시술 부위가 정교해지면서 웃을 때 잇몸이 과하게 드러나는 ‘거미 스마일(Gummy Smile)’ 교정이나 비대칭 미소 개선 등 심미치과 영역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보톡스·필러의 치과치료적 의미
보톡스가 ‘과한 힘’을 빼는 작업이라면, 필러는 ‘부족한 볼륨’을 채워 미소의 프레임을 완성한다. 초창기 필러의 기원은 19세기 말 파라핀이나 실리콘, 그리고 소에서 추출한 콜라겐 주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종 단백질에 의한 과민반응이나 생체 내 흡수율의 불규칙함, 심지어 이물반응 등 초기 재료들은 많은 부작용과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며 등장한 현대 필러의 주역이 바로 히알루론산(HA)이다. 우리 몸의 관절이나 피부에 존재하는 천연 다당류인 히알루론산은 생체 적합성이 매우 높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효소(히알루로니다제)를 사용해 심미적 문제점을 개선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칼슘을 포함한 필러(CaHA)나 폴리락틱산(PLLA) 성분의 고분자 필러 등이 개발되어 유지기간을 늘리고 자체적인 콜라겐 생성을 유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치과 임상에서는 용도에 따라 적절한 재료의 필러를 선택해 시술하면 노화로 얇아진 입술의 볼륨을 되찾거나, 깊어진 팔자주름을 완화하고 치아교정치료 후 또는 노화로 입 주변의 꺼진 부위를 정교하게 메워 심미성을 개선할 수 있다. 치조골 흡수가 국소적으로 집중된 영역에 필러를 넣어 연조직 형태를 생리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단순한 미용시술로 생각한다. 그러나 미소는 치아 잇몸 턱뼈, 그리고 이를 둘러싼 입술과 안면근육의 유기적인 합작품이다. 치과대학에서는 두경부(머리와 목)의 복잡한 근육구조와 신경분포, 턱뼈와 치아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치아의 교합을 입체적으로 공부한다. 턱관절의 기능과 저작 압력의 분산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안면 심미 시술은 자칫 기능적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심미 시술의 기본은 ‘건강한 기능’
새로운 재료와 기술이 진보하며 임상현장은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원칙은 모든 심미 시술의 기본이 ‘건강한 기능’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톡스와 필러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인체 내에 약물을 주입하는 정교한 의료행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친 욕심은 표정의 부자연스러움이나 혈관 협착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시술 전 환자의 골격구조와 치아상태, 그리고 근육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가와 충분히 소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치아만 보는 기술자가 아니라, 한 인간의 미소 뒤에 숨은 삶의 질을 관리하는 조력자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