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분산 체계
한일 양국은 분산형 에너지 생태계의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집중형 시스템으로 인한 취약성을 극복하고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지역의 입지와 특성을 살린 다양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지방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24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되었고 이 법에 따라 최근 ‘분산 에너지 특화지역(특구)’ 몇 곳이 지정되었다. 특화지역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수요 유치형으로, 전력수급 자립률이 높은 지역이 신규의 전력 수요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력계통 영향평가의 우대와 변전소 등의 설비가 우선적으로 지원된다.
둘째, 공급자원 유치형으로 수도권 등 전력수요가 밀집되어 있거나 계통 인프라가 포화상태의 지역이 신규의 발전설비를 유치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는 발전설비의 시장 진입시 입찰제도에 가점을 부여하거나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이 우선적으로 지원된다.
셋째, 신산업 활성화형으로 에너지 체계의 운영관리에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법령에서 금지된 사항 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형 규제 방식의 특례가 적용된다.
일본, 회복탄력성과 탄소배출 저감에 초점
일본의 전력산업은 국영기업인 일본발송(주)의 독점체제로 운영되다가 1951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에 의해 해체되면서 홋카이도에서 큐슈에 이르는 9개의 전기사업자로 재편되었다. 나중에 오키나와전력회사가 추가되어 전국이 10개 전기사업자에 의해 지역별 독점 체제로 이어져 왔다. 그후 발전부문은 1995년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자유화되었고, 판매부문은 2000년 특별고압(대규모 수요자)을 비롯해 2004년 고압(중소규모 수요자) 및 2016년 저압(일반 가정용) 분야로 전면 자유화되었다.
일본의 분산에너지 체계는 자연재난에 대한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탄소배출의 저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쓰나미 태풍 폭설 등에 의한 대규모 정전 사태 등을 겪으면서 자립형 공급망 확보와 전력 인프라의 복원력 강화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대규모 집중형 방식에 치우쳐 있다가 재난에 의해 공급망이 큰 피해를 입었고 그런데도 타 지역의 전력회사 간 공급을 원활하게 융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전기의 생산과 조달 방식을 다양화하고 전력산업의 전면 자유화가 시행된 것이다.
분산에너지에 관한 법률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되었는데 2024년 중의원에서 논의된 ‘분산형 에너지 이용의 촉진에 관한 법률안’에 의하면 그 기본이념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첫째, 대규모 발전설비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수급 정책의 전환, 둘째, 지산지소형 에너지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재난에 대비한 안정적인 공급 및 탄소배출량의 저감, 셋째, 분산형에너지 체계의 촉진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으로 하여금 분산형에너지 사업에 대해 교부금을 충당하거나 재정상 또는 세제상의 지원조치를 강구하도록 한다.
일본의 특징으로 마이크로 그리드와 차세대 원자로의 도입을 들 수 있다. 2026년 1월 공표된 자민당의 에너지 분야 공약에 의하면 지역별 마이크로 그리드 구축을 통해 자립적 에너지 수급을 촉진하는 동시에 재난에 대한 회복탄력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로 그리드는 평상시에 기존의 송배전망을 통해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전기를 공급하다가 비상시에는 독립해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자연재해로 인한 에너지 수급에 취약한 도서지역에 효과적이다.
경제산업성과 자원에너지청이 발간한 ‘에너지백서 2025’에 의하면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비롯한 차세대 원자로가 포함되어 있으며 2040년경 실증 운전을 목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한일 양국 정보 공유 등 소통기회 가져야
이와 같이 한일 양국의 에너지 분산은 급증하는 전력수요와 각종 재난에 대비하고 혁신적인 차세대 기술이 집약된 공급자원을 도입함으로써 안전과 균형발전을 드높이려 한다.
결국 에너지 분산 체계가 원만하게 진행되려면 지역주민의 관심과 수용성이 관건인 만큼 양국의 현장 상호방문이나 정보공유 등을 통해 체감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