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국조특위 마무리와 국민 눈높이
한달 넘게 진행된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활동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국조특위는 28일 종합 청문회를 가진 뒤 30일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위증한 증인들에 대한 고발도 의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 차가 워낙 커 합의된 보고서 채택 대신 각각의 주장을 담은 별도 보고서가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
갈라진 국조특위, 정면충돌하는 여야
국조특위가 다뤄온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사건과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건 등 3건, 문재인정부와 관련된 통계 조작 의혹,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2건, 김 용 금품 수수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등 2건까지 모두 7개였다.
국조특위 도입 자체를 놓고 여야 간 시각차가 판이했던 만큼 조사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하지만 특위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윤석열정부 정치검찰의 허위 진술 강요 및 협박, 증거의 취사선택 또는 왜곡·변조 등 수사권 남용, 나아가 조작 기소한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한 ‘공소취소용’이라며 역공세를 취하고 있다. 조사 대상 사건을 ‘조작 기소’로 단정한 것 자체가 입법권 남용이며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가 이뤄졌다며,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거악 수사를 위축시키려는 외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다수 여당의 일방적 독주를 경계하는 여론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 여당이 행정과 입법 권력을 장악한 데 이어 6.3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권력까지 장악하면 그 위세가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는 우려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은 일각의 이런 우려와 경계심에 유념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검찰이 과거 행태에 대한 반성 없이 반발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들은 경험을 통해 ‘정치검찰’의 행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이번 국조특위 도입과 활동은 윤석열정부에서 정권 입맛에 맞춘 검찰의 선택적·강압적 수사, 기소권 남용이 초래한 산물이다. 국조특위가 다룬 7개 사건 중 문재인정부 시절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은 증거 부족 등으로 1심에서 전원 무죄가 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나머지 대장동, 대북 송금, 윤석열 명예훼손, 문재인정부 통계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번 국조특위 활동 과정에서 증거 조작·왜곡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대장동 사건의 경우 핵심 물증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재창이 형”이란 부분이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정진상을 연상케 하는 “실장님”으로 바뀌었다. 문재인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 하의 1기 수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시작된 2기 수사 진행 과정에서다.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사건 수사의 토대가 된 정영학의 녹취록은 원래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남 욱 변호사 등 구 대장동 사업자들이 예상을 뛰어넘은 수익에 대한 배분을 다투는 과정의 산물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지 않고 측근들을 고리로 무리하게 이재명을 엮어 넣으려 한 게 문제였던 것 같다.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2023년 초 국정원이 북한 관련 첩보 보고서 66건 중 검찰 수사 방향에 유리한 13건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해 가도록 하고, 쌍방울의 주가 조작 및 불법 도박 정황이 담긴 자료는 누락되게 했음이 드러났다. 검찰과 국정원측이 사전에 조율했다는 뜻이다.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북측 외화벌이 요원 리호남에게 이재명 방북 관련 비용 70만달러를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리호남의 당시 행적을 놓고 국정원 특별감찰 결과와 쌍방울측 주장이 달라 규명이 더 필요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독주 경계하되 진상은 성역없이 철저히 규명해야
검찰 출신 대통령 윤석열정부에서 특정인을 겨냥해 수사와 기소 조작이 자행된 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국기문란이다. 진상을 분명하게 밝혀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다수 여당이 일방적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법적 절차와 상식,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나아가야 한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어 모든 노력이 하루아침에 허사가 되는 것을 여러 번 봐왔지 않은가.
이계성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