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이마트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바빠진 유통업계
기존사업 연계 물류·배송 혁신에 총력전
롯데, 롯데온 전문몰과 쇼핑 플랫폼 연결
네이버, 콜드체인 풀필먼트 가동 눈앞
11번가, 아마존 연계 국내 직구 편리하게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지었다. 이커머스업계는 온라인 유통시장 공룡으로 등장한 신세계에 대응하기 위한 발걸음이바빠졌다. 경쟁 업체들은 물류센터 확충 등을 통한 배송 서비스 강화와 차별화한 콘텐츠 제공 등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업체는 롯데다. 막판까지 신세계와 이베이 인수전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롯데그룹은 매년 7월 중순에 진행했던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이달 30일과 다음달 1일로 앞당겼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불발로 서둘러 온라인 전략을 구상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30일에는 외부 연구소 전문가를 초청해 자문을 받고, 다음날에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지주 대표, 4개 BU장,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 등이 참석하는 하반기 사장단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18일 사내 전산망에 "우리가 역량을 보유한 그로서리(식료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 이유를 제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인수합병 추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강 부회장은 "이커머스 사업 규모 확대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한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시너지 및 가치 평가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롯데쇼핑은 연내 롯데온에 참여 중인 롯데백화점과 마트·슈퍼 등 각 사업부가 가진 이커머스 관련 업무를 롯데온을 총괄하는 롯데e커머스사업부로 이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상품 소싱업무는 각 사업부가 유지하되 상품 전시와 마케팅, 배송서비스 등은 롯데e커머스사업부가 전담하는 식이다. 롯데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여기에 롯데온을 전문몰로 육성해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차별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전문몰 대상 카테고리는 롯데온 강점인 신선식품과 명품, 패션·뷰티, 가전 등이 거론된다.
현재 롯데쇼핑은 전문몰을 연계한 복합쇼핑 플랫폼 구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오프라인 계열사간 시너지도 한층 강화한다. 온·오프 유통채널 통합 마일리지 강화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올해 초 시행된 롯데마트 '릴레이 배송'을 롯데온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에 적용해 시너지를 도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릴레이 배송은 특정 지점까지만 배송하면 나머지는 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전문 업체가 배송을 맡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럴 경우 배송 가능 물량은 두배로 늘어나는 대신 배달시간은 크게 줄이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신세계-쿠팡' 3강으로 재편된만큼 롯데는 빠른 시일 안에 이를 반격할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인 네이버는 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물류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최근 축구장 5개 크기 온라인 주문 전용 풀필먼트 (상품 보관· 포장, 출하, 배송 등 일괄 처리) 센터를 마련했다. 이어 8월에는 냉장 냉동 등 저온보관 상품에 특화한 콜드체인(냉장유통) 풀필먼트 센터를 가동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이 센터를 이용해 익일 배송할 수 있다. 배송 속도 면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다. 특히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가 운영되면 신선식품 배송도 강화할 수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4월 네이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품 정기 구독과 생필품·신선식품 무료 및 익일 배송 서비스를 올해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은 물류센터 추가 건립으로 '로켓배송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힌 투자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이는 상장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진 45억5000만달러(약 5조1678억원)의 20% 수준이다. 쿠팡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의 독점 콘텐츠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유료회원인 '로켓와우'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만큼 독점 콘텐츠를 통해 유료회원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며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라 당분간 사태 수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하반기 11번가 내에서 아마존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금도 일부 아마존 상품은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가능하지만 국내 사이트를 통해 더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되는 만큼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과 협업해 배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예정이다. 11번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4위로, 아마존 효과가 발휘되면 빅3와도 견줄만하다는 평가다.
온라인 쇼핑 시장 후발주자인 카카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카카오는 9월 1일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커머스와 합병하며 쇼핑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2월 분사한지 3년 만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선물하기, 쇼핑하기, 메이커스, 카카오쇼핑라이브 등을 맡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대신 인수한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통해 글로벌 패션 시장도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며 "쿠팡 IPO 이후 투자 강화, 11번가와 롯데 제휴 가능성 등을 감안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 강도는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