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사퇴론 분출…발언권 센 영남의원들 속내는?
친한계·소장파, 사퇴 촉구 … 장 대표 “국민만 보고 갈 때” 버텨
“영남권, 한동훈 복당 막고 총선 공천 의식해 장 대표 유지 바라”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사퇴’ 주장이 분출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만 보고 갈 때”라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사실상 장 대표 거취의 결정권을 쥔 영남권 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막고 △2028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장동혁체제가 낫다”는 판단을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남권이 사퇴론에 동참하지 않고 계속 침묵해준다면, 장동혁체제도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국민의힘 일각에선 ‘장동혁 사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 25명은 장 대표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대안과 미래’는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교체를 주문했다”며 “장 대표가 진정 스스로 ‘보수’라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친한계(한동훈) 우재준 최고위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친한계 의원들은 장 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수차례 장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장 대표는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참 요상한 일이다. 민주당은 민주당이 패배했다며 정청래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패배했다며 장동혁 ‘사퇴’를 외치고 있다. 양당 대표들이 ‘가위바위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국민만 보고 갈 때”라며 당장은 사퇴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장 대표측 인사는 12일 “(장 대표가) 당원에게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절차를 피하겠다는 게 아니다. 지금은 국민과 함께 재선거 요구에 집중해 관철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인 것”이라고 전했다. 재선거 요구 투쟁을 강도 높게 전개한 뒤 당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것이다.
장 대표 거취는 사실상 영남권 의원들이 쥐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판단이다. 영남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2명 중 59명(64.1%)에 달한다. 2/3에 가까운 절대다수인 것이다.
이들은 지난 10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원조 친윤이자 영남권 출신인 정점식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1차 투표에서 47표, 결선 투표에서 55표를 얻었다. 50명 안팎의 영남권 의원들이 뭉쳐서 당의 진로를 좌지우지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영남권 의원들은 ‘장동혁 사퇴론’에는 침묵하고 있다. 사퇴론에 동참하지 않는 침묵은 사실상 장 대표를 재신임하는 기류로 읽힌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인사는 “지방선거 전에는 일부 TK(대구·경북) 중진들 사이에서 ‘장 대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장 대표) 대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들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동훈 전 대표가 보궐선거에서 이겨 살아 돌아오자, 한 전 대표의 복당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서 장동혁체제 유지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 대표 입장에서는 정치적 앙숙인 한 전 대표 덕분에 자신이 영남권의 재신임을 받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 “장동혁체제가 총선 공천에 유리하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장 대표 재신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당권파 인사는 “영남의원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내가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나’ ‘누가 대표를 해야 물갈이를 피할까’뿐이다. 영남권 의원들은 챙겨야할 계파와 지분이 없는 장 대표가 자신의 공천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