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여전히 '미미'

2021-09-30 11:03:54 게재

이사회 등 지배구조 개선, 수익률 제고

책임투자·적극적 주주권 행사 강화해야

문재인정부가 중요 국정과제로 추진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책임투자나 주주권 행사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지 3년이 지나는 동안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완비되지 않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는 여전히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주주대표소송 한 건도 없어 = 29일 오후 참여연대 유튜브로 생중계된 '문재인정부 스튜어드십 코드,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는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불법행위로 회사에 피해를 입힌 임원의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변경이나,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중점관리대상 기업에 대해 공익이사를 추천하는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실현하지 못했다"며 "주주대표 소송 또한 한 건도 진행하지 못하고 사건 선정도 못한 채 하반기 계획만 또다시 발표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은 184.3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50% 이상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보유 지분 5% 이상 투자하는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269개사(상장사 2268사의 11.8%)이고, 그 중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93개에 달한다.

김 변호사는 "투자대상 기업에서 재벌총수 등에 대한 과다 보수를 제한하고 배당정책을 제대로 이끌어 내 단기적인 국민연금의 수익을 제고함과 동시에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한 투자대상 기업가치 상승으로 장기적인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며 "적어도 횡령·배임이나 사익편취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사건이 발생한 중점관리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임원들에 대한 이사자격 제한을 위한 정관변경이나, 이사추천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이사회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기본정신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계의 반대 등을 이유로 마냥 시간을 끌게 아니라, 적극적 주주권 행사 시 신속하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이사해임이나 정관변경 등을 요구할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해당 기업에 적합한 주주제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의원 남인순, 국회의원 김성주, 국회의원 배진교, 경제개혁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공동 주최로 국정감사 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및 향후 나아갈 길을 모색해 2022년 주주총회를 대비하고 차기 정부에서 계승·발전해야 할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방안과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영참가목적 주주권 행사 안해 = 이날 패널 토론에 나선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정책팀장은 국민연금이 경영참가목적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5% 룰 개정 이후 국민연금은 일반투자 목적의 주주권 행사는 활용하고 있지만,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제·개정 등을 위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와 같은 경영참가목적 주주권 행사는 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단기매매차익 반환 및 불공정거래 조사·신고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미공개중요정보 취득·이용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기준 강화, 엄격한 정보교류 차단장치 마련 등을 전제로 단차의무 특례를 유지하기로 했음에도 정작 국민연금은 경영참가 목적 주주권 행사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강 팀장은 주주대표소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강 팀장은 "국민연금은 사모펀드 사태, 재벌의 사익편위행위, 경영진의 횡령ㆍ배임 사건 등으로 인한 투자대상회사의 손해를 확인하는 즉시 손해회복을 위한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니버셜 투자기관 국민연금의 기금은 약 900조원으로 규모와 기금의 성격, 투자원칙 등에 있어서 일반적인 민간펀드와 큰 차이가 있다"며 "실제 기금운용에 있어서도, 민간의 '위험-수익' 두 가지 요소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수익-지속 가능성(ESG)'의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 운용하는 패러다임 체인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주도의 사회적 공론화 추진 △전 자산군에 ESG 확대 적용 △전략적 자산배분 상 ESG집중투자자산군 신설 △책임투자 생태계 발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 강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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