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생각만으로 기기 제어”…실사용 단계 진입
의료 재활에 활용도 높아져 … “국내 높은 기술 확보, 집중 투자와 규제 혁신으로 상용화 앞당겨”
뇌신호를 활용해 인간의 의도를 기계로 전달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의료 재활 영역에서 현실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신호를 해독해 외부 기기를 제어하거나 외부와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특히 사지마비 환자나 신경계 질환자의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연구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각국 정부 간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본지는 지난달 24일 국내에서 최초로 BCI 연구를 시작한 임창환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뇌공학연구센터장)를 한양대 교수실에서 만나 현재 BCI 기술 수준과 글로벌 격차, 상용화 과제 및 정책 방향 등을 물었다.
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교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반 의료기기의 글로벌 현재 수준에 대해 “단순한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환자가 사용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뇌파를 분석해 질환을 진단하거나 약물 효과를 예측하는 기술은 물론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해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도 구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휠체어나 컴퓨터를 조작하는 형태다.
이와 함께 뇌 상태를 분석해 특정 기능을 유도하는 ‘뉴로피드백’ 기반 의료기기도 확산되고 있다. 임 교수는 “뇌신호를 해독해 사용자의 의도나 상태를 읽어내는 기술이 핵심”이라며 “진단 치료뿐 아니라 재활 영역에서도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격차 뚜렷…“미국·중국은 이미 임상·상용화 단계” = 하지만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은 아직 후발주자다.
임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뉴럴링크(Neuralink), 파라드로믹스(Paradromics), 싱크론(Synchron),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가 현재 인체 대상 임상 시험 실시 중이다. 중국에서는 뉴라클 테크롤로지(중국명: 보루이캉)가 중국 당국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의 클리나텍(Clinatec)이 임상시험 실시 중이며 2023년 스위스 연구진이 이 기술을 이용해 하지마비 환자가 보행하는 데 성공했다.
임 교수는 “외부 기기 제어 분야에서는 미국과 유럽 중국이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등 기업 중심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뉴라클사의 BCI가 세계 최초로 시판허가를 받았다. 유럽은 7~8년 전부터 임상 연구가 진행돼왔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기술적 기반은 확보했지만 대규모 투자 부족으로 상용화 속도가 늦다는 평가다.
임 교수는 “BCI는 단일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분야”라며 “정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럴링크는 혁신이라기보다 ‘상업화 가속’ 사례” =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사업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임 교수는 “뇌 임플란트 기술 자체는 30년 이상 연구돼 온 것”이라며 “뉴럴링크의 의미는 상업화를 가로막던 다양한 난제들을 해결해서 상업화 속도를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기술은 루게릭병 등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식 받은 환자들이 하루 10시간 가량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교수는 "환자가 외부 세계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적 의미가 크다"며 "동시에 산업적으로도 매우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 상용화는 ‘사지마비’…다음은 시각장애 치료 =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사지마비 환자 시장이다. 임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잠재 수요가 크고 기술 적용 효과도 명확하다"며 "이미 여러 글로벌 기업이 경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 단계로는 시각장애 치료가 꼽힌다. 기존 인공망막 기술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뇌에 직접 신호를 전달해 ‘보는 기능’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임 교수는 "카메라에서 입력받은 영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대 장벽은 ‘기술’ 아닌 ‘임상·규제’ =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의료기기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임 교수는 "장기간 인체에 이식했을 때 안전성과 효과가 유지되는지를 입증하는 대규모 임상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뇌 임플란트는 이물 반응과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장기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인허가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도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이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기준에 맞춘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골든타임…정부 투자·규제 혁신 시급“ = 정책 과제로는 ‘자금’과 ‘규제’ 두 가지가 핵심으로 제시됐다.
임 교수는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대규모 연구 자금"이라며 "동시에 임상과 인허가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에서 실제 임상 사례를 축적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정부에서 추진할 ‘문샷11’에 이 사업이 포함돼 집중적인 투자와 더불어 규제 혁신이 이뤄질 예정인 점은 매우 희망적으로 봤다.
◆고령사회 핵심 기술 …"신경계 환자 사회 복귀 가능성" =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는 분명하다. 임 교수는 "이 기술은 일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경계 질환자들의 삶을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사회 복귀가 어려웠던 환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돌봄 기술로도 확장 가능하다. 임 교수는 "생각만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방식이 현실화되면 돌봄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혼자서는 불가능, 국가 차원의 ‘집단 연구’ 필요 = 연구자로서의 소회도 밝혔다. 임 교수는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컸다"며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분야의 특성상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뇌링크 기술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의료가 결합된 다학제 분야로 개인이 단독으로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 차원의 협력 구조가 필수적"이라며 "독자적인 기술 확보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국내 기술로 뉴럴링크를 넘어서는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한국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준비됐다. 남은 것은 속도와 투자"라고 분명히 밝혔다.
임 교수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 의료기기는 이미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 단계에 도달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규제 혁신, 그리고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와 신경계 질환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의 속도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