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미중 정상회담과 이란전쟁의 향방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침략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76일째로 접어들었지만 종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불안한 휴전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핵과 관련해서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20년 동안 전혀 하지 말 것과 함께 60%까지 농축한 우라늄 440kg을 미국으로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20년 농축 금지를 거부하면서 5년을 제안했고, 60% 농축 우라늄의 절반은 자국에서 희석하고, 절반은 제3국으로 실어 내되 미국이 약속을 어기면 다시 되돌려받겠다는 태도다.
그런데 이란은 일단 전쟁을 마무리한 후 핵 협상에 나서겠다고 한다. 물론 미국은 핵 협상을 먼저 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종전이 먼저냐, 핵 협상이 먼저냐를 두고 양측은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문제다. 이란은 미국이 호르무즈 역 봉쇄를 풀고, 제재를 푸는 정도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핵심 사안을 두고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또 이란은 종전의 조건으로 미국이 다시는 이란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이 아니라 미국 의회나 유엔, 또는 러시아나 중국이 보증을 서는 방식을 거론한다. 그러한 확답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계속 공격을 받은 이란의 시각에서는 다시는 침공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없는 종전은 임시 휴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란대책 급한 트럼프, 원칙 강조한 중국
전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방문 일정을 5월 13일 시작했다. 14일에는 시진핑 주석을 만나 이란 문제도 논의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양국 정상이 “자유로운 에너지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 채로 유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시 주석은 “해협의 군사화와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백악관은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원유 구매를 확대하는 데 관심을 표했다”고 설명하면서 “양국 모두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전쟁 종식의 전제 조건으로 재건 비용 마련을 위한 통행료 징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유지를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해협이 “완전히 개방됐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발표 직후 이란은 중국 선박의 해협 통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준관영 통신사인 파르스 통신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밤부터 중국 선박이 이란의 해협 관리 규정을 준수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방문 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단언했지만 중국이 이란을 설득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큰 힘이 되어달라는 내심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중동문제가 정상회담 논의 주제 중 하나였고, “중국의 해협 정책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만 말했다.
외교부가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시종일관 중국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며, “해협의 정상적인 통행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모든 당사국이 평화협상에 계속 전념할 것을 촉구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해협 통행량 확대를 위해 이란정부를 압박할 모습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만한 종전협정에 동의할 것이라는 태도 역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폴리티코는 중국이 이란에 미국과 합의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베이징이 이란의 최대 경제 파트너이자 주요 석유 구매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막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이란전쟁에서 곤경에 처한 미국은 체면을 살릴 해결책을 중국에서 찾고 있다.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 중국 선박도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며 호르무즈 항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만큼 중국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중국이 해협 재개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희망을 피력하였다.
중국 역할이 간절한 미국
일부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과 타협하라고 이란에 상당한 압력을 넣고 있고, 이란은 이에 그러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지만 자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수용하겠다고 하면서 자국의 문제를 독자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14일 이란 외교부 차관은 중국이 전략적 동맹국이지만 이란의 외교 정책은 동양이나 서양 어느 한쪽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과 진정한 독립에 기반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란과 중국 양국 관계는 항상 일방적으로 중국의 우위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액은 양국의 마찰에도 여전히 연간 4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지만 중국과 이란의 무역액은 암시장 석유 거래와 제재 회피를 포함하더라도 훨씬 적다.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석유를 들여오지만 이란은 중국에 점점 더 기우는 경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런데 저렴한 이란의 석유보다 미국과 안정적인 경제 관계가 중국에 훨씬 더 중요하기에 4000억달러가 넘는 미국과 무역 관계 유지가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 암시장에서 할인된 이란산 석유 수입보다 더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국은 이란산 석유 수입을 중단할 의향은 없다.
미국 내 대표적인 반이란 인사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 러시아 등 중국의 동맹국들은 모두 쓰레기 같은 놈들이다. 중국이 이란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면 전쟁은 끝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도와달라”고 거칠게 말한다. “쓰레기 같은 놈들”의 동맹국인 중국에 미국을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상회담 후 미국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중국의 이란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하면서 시 주석이 이란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중국이 이란에서 석유를 많이 사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 대 이란지원 줄일 생각 없어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요청에도 대이란 지원을 줄일 의사가 없다. 중국이 이란을 대미 협상 테이블로 이끌고자 노력할 수는 있지만 이란 경제 지원을 중단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최대 구매국인 중국이 이란을 설득해 미국과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여기지만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단이 부족하기에 미국은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내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트럼프가 시 주석을 치켜세운 것도 그런 이유다.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제가 그렇게 말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저는 오직 진실만을 말합니다.”
세계 에너지 공급을 좌지우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으면 그 어떤 나라도 이득을 볼 수 없다. 이란전쟁이 끝나야 하는 이유다. 부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이란전 종식에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시각으로 16일 토요일 오전 5시 뉴욕 증시 마감 이후 이란 공격 결정을 내리지 않길 바란다. 평온한 주말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