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재판소원제·법왜곡죄가 던지는 질문

2026-05-15 13:00:02 게재

요즘 우리 사회에는 불신이 만연한 것 같다. 특히 검찰이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와 법왜곡죄(형법)가 도입된 것, 그리고 이 법에 의뢰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게 그 반증이다. 물론 사법부와 검찰을 못 믿겠다며 이 법을 도입한 정치권 또한 국민의 불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실제 지난 3월 12일 두 제도가 도입된 후 이제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많은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재판소원(재판취소) 사건은 시행 두달 만인 지난 11일까지 651건이 접수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비록 523건은 부적법 등을 이유로 지정재판부에서 각하됐지만 그만큼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 중 3건은 사전심사를 통과해 본안 판단을 받게 됐다. 이 점도 국민들의 불신이 단순한 불만 때문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심제라며 반대했던 사법부로서는 헌재의 심의를 다시 받게 되는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 법왜곡죄 관련해서도 많은 사건들이 접수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법왜곡죄 혐의로 지난 6일까지 327건, 5805명에 대한 고발이 접수됐다. 피고발인 중에는 경찰이 1566명으로 전체의 27.0%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검사 376명(6.5%), 판사 242명(4.2%), 검찰수사관·특별사법경찰관 157명(2.7%) 순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약 60%에 해당하는 3464명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일반 공무원이나 민간인 등이었다. 다만 현재까지 수사 중인 사건이 많기도 하지만 검찰에 송치된 사례는 없다.

이는 사법부의 판단이나 국가 수사기관의 결정을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수치여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거나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위가 신뢰를 담보하던 시대는 지난지 오래지만, 이들 국가기관은 여전히 과거의 관행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도 불만을 가진 국민들은 법원이나 검찰청, 경찰청 등 국가기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거나 권익위원회나 인권위원회, 언론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이 시점에 서울의 한 자치구청장의 말이 주는 의미가 새롭다. “주민들 민원의 80~90%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

비록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 않겠지만 새롭게 도입된 재판소원이나 법왜곡죄가 우리 사회의 깊은 갈등을 해소하고 무너진 사법신뢰를 복원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선일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