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 → 우려" 경기진단 바꿨다

2021-12-17 11:50:43 게재

확진자 증가·방역조치 강화하자, 기재부 전망 한 달 만에 유턴

정부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방역 조치 강화로 내수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공식 진단했다. 한 달 전 11월 그린북(최근경제동향)에서 '내수경기 회복기대'를 자신했던 것에서 한발 후퇴한 모양새다.

다만 11월 카드 국내 승인액이 1년 전보다 10% 넘게 증가하는 등 소비 속보지표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거리두기 강화' 영향이 12월 내내 내수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언급으로 풀이된다.

◆"수출, 고용은 괜찮지만" =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고용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코로나 확진자 증가 및 방역 조치 강화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그린북에서는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여건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 폭증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자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를 한 달 만에 우려로 바꾼 셈이다.

기재부는 또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인플레이션·공급망 차질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및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최근 수개월 새 부상한 대외 리스크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1월까지는 지표 호조 = 다만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지표들은 대부분 11월치이기 때문이다. 11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1년 전보다 13.6% 늘어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은 4월(14.3%) 이후 최대다. 백화점 매출액은 17.1%, 온라인 매출액은 22.0% 증가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6으로 전월보다 0.8포인트(p) 상승했고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34.9% 늘었다. 다만 할인점 매출액이 7.2% 감소했고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도 15.7% 줄었다.

기재부는 "11월 소매 판매의 경우 카드 매출액 증가, 소비자심리지수 상승 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할인점 판매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고용도 상황이 나ㅃ지 않다. 11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5만3000명 늘어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취업자 증가 폭은 전월(65만2000명)보다 줄었고 숙박·음식업(-8만6000명) 취업자가 감소 전환했다.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올랐다. 국제유가와 외식물가 상승, 채소류 등 농·축·수산물 가격 강세 영향이다.

앞서 경기전망을 내놓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국내외에서 방역 조치가 강화되고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하방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KDI도 경기 위축 우려 = 실제 자동차(-13.5%), 전자부품(-9.7%) 등 10월 제조업 주력 품목 생산이 급감했는가 하면 소비 증가세도 흔들리고 설비투자 역시 5.4%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내수 개선 흐름이 좋지 않다.

그나마 수출이 11월 역대 최고액을 기록하는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 주고 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증가세 둔화로 불안한 상황이다. 향후 경기를 가늠해보는 경기선행지수는 7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했지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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