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패러다임 전환기, 철도발전 기초 놓을 것”
2030년까지 주요 거점간 이동시간 50% 단축 … “직접 반기 1회 이상 중대재해법 이행 확인”
"지난해 12월 열린 동남권 4개사업 개통식에서 지역주민들이 철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돼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철도가 국민의 기본 교통수단으로 사랑받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새삼 다짐하게 됐다."
2월 16일 취임 1년을 맞는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전국 지역본부 순회 등을 통해 공단의 역할이 막중함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공단은 열차가 달릴 수 있는 철길을 전문적으로 건설하는 공공기관이다. 국민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공단의 인프라 구축이 원활치 않으면 질 높은 철도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30여년 공직생활 동안 철도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 이사장이 세번이나 공단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도 한국철도 발전에서 공단이 차지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 이사장의 눈은 20, 30년 후 한국철도를 바라보고 있다. 공단을 넘어 한국철도의 미래 청사진 그리기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철도교통 전환기다. 탄소제로 등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족하나마 한국철도 발전을 위해 기초라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5일 내일신문이 김 이사장을 만났다.
■취임 1년을 되돌아보면
그간 공단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철도현장을 점검하면서 한편으론 공단 미래전략을 구상하는 등 바쁜 나날이었다. 신경영방침을 수립해 △안전 최우선 △철도산업 혁신 △청렴하고 상생하는 공단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국 지역본부를 돌면서 공단 역할이 막중함도 느꼈다. 철도를 이설해 일제가 훼손한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인 임청각을 80여년 만에 복원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난 1년간 성과를 든다면
중앙선 원주~제천 복선전철 등 6개 사업을 차질없이 개통했다. 해외사업도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직원들의 노력으로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 9월 425억원의 몽골 타반톨고이~준바얀 신호·통신 시스템 구축사업을 계약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핵심국인 몽골 철도시장에 국내기업과 함께 첫발을 내딛는 뜻깊은 사업이다. 코스타리카 태평양 연결철도 개량사업 타당성조사 용역 등 중남미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용역 2건도 수주했다.
■계약제도를 대폭 개선했다는데
2021년 7조원 등 공단은 많은 공사를 발주한다. 그러나 그간 실력있는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4월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계약제도 혁신 TF’를 발족했다. 88개 과제를 도출해 개선했다. 공단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불공정조항 폐지, 건설기술용역평가 시 스마트 건설기술 평가항목 도입 등이 그것이다. 올해도 ‘계약제도 혁신TF Ⅱ’를 구성해 불공정 관행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최근 화두인 ESG경영 현황은
지난해 6월 ‘탄소중립철도전략위원회’를 구성, 운영 중이다. 미래정책, 그린뉴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3개 분과로 나눠 철도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8회에 걸친 분과별 회의와 전체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제안사항은 중장기 미래철도 종합발전 전략 등에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ESG 비전’을 선포했다. △2035년까지 전철화율 100% 달성 △ 2030년까지 주요 거점간 이동시간 50% 단축 △부패·인권침해 제로(0) 달성 등 3대 전략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주요 건설사업은
올해 철도건설사업에 총 3조997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진접선 복선전철(3월), 부전~마산 복선전철(12월) 등 개통예정인 3개 사업을 적기에 마무리하겠다. 또 장항선 개량 2단계,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등 6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평택∼오송 2복선화, 남부내륙철도, 대구산업선, 석문산단), 신규 설계사업(신분당선연장, GTX-B, 광주송정∼순천)도 빠르게 추진할 방침이다.
■GTX와 수도권 광역철도 진행상황은
현재 GTX 3개 사업과 광역철도 6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GTX의 경우 A노선(파주운정~동탄)은 2024년 개통목표다. GTX-B 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은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양주 덕정~수원을 연결하는 C노선은 우선 협상대상자와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광역철도사업은 올해 당고개~진접 노선과 신분당선 연장선인 신사~강남 노선을 개통한다. 서울과 수도권 서남부를 연결하는 신안산선은 2024년 말 개통목표다. 신규사업으로는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노선과 3기 신도시 부천대장∼홍대입구역 노선이 있다. 올해 설계를 시작하고, 시설사업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방안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취지에 맞게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정비했다. 특히, 지난달말 외부 법률전문가 자문을 받아 안전보건관리규정을 개정했다. 본사와 5개 지역본부에 전담조직인 ‘산업안전부’를 신설해 안전보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법에서 규정한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의무와 책임 사항에 대해 내가 직접 반기 1회 이상 이행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헬멧 등 안전 신기술·신제품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있다. 공단이 개발한 안전교육 가상현실(VR) 콘텐츠를 활용한 체험교육도 확대할 예정이다.
■앞으로 계획은
한국철도는 한차례의 구조개혁 과정을 겪었다. 이제 다시 대전환점에 서 있다.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교통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요한 시기다. 부족하나마 한국철도 발전을 위해 기초라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김한영 이사장은 행정고시 30회로 1987년부터 공직을 시작했다. 건설교통부 철도정책과장,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교통정책실장과 공항철도 사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철도정책 전문가다. 그간 철도구조개혁과 경쟁체계 도입, 제1차 철도망구축계획 수립 등 지금의 철도 근간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