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서소문고가와 공공발주 공사의 민낯
민간 부문 건설사업이 축소되면서 신규 발주도 크게 줄었다. 이에 건설사들은 자연스럽게 공공 발주 물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올해 건설 수주는 공공발주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월 건설수주는 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9% 늘었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주가 는 것은 공공수주가 75.4% 급증한 영향이 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 확대가 배경이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제한된 공공 물량에 몰리면서 저가 수주 경쟁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공공공사는 낙찰가율이 낮아 수익성이 제한적이다. 물론 한정된 예산 안에서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안전과 품질이 비용절감 논리에 밀릴 경우 그 대가는 결국 현장이 치르게 된다. 최근 발생한 서울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공사 붕괴사고는 공공발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건설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소문고가와 같은 노후 교량 철거 공사는 일반 신축공사보다 훨씬 높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실제 구조상태가 설계도와 다를 수 있고,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균열이나 손상이 존재할 가능성도 크다. 철거 과정에서는 하중이 지속적으로 변화해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정밀한 계획과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공사 입찰을 공고하면서 예정가격 136억원을 제시했고, 공고 6일 만에 흥화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2주 만에 공사에 착수했다. 흥화는 낙찰 하한선 수준인 113억원(예정가격의 83.74%)을 써내 사업을 수주했다. 100억원이 넘는 대형 토목공사임에도 입찰 공고부터 시공사 선정, 착공까지 한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서 공공 발주처는 흔히 ‘갑 중의 갑’으로 불린다. 공사기간 단축이나 일정 압박이 발생하더라도 시공사가 이를 거부하거나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납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정 운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서소문고가 사고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민간 발주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철거와 재생, 유지·보수 사업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 상당수는 공공 발주 영역에 속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6년 건설경기 전망도 ‘공공투자 증가, 민간 경기회복 제한’ 방향이다.
공공발주가 건설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지금, 현장안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재명정부는 공공입찰 제도와 공사기간 산정 방식, 그리고 정밀 시공 기준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