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장 선거에도 대역전 드라마 있었다

2026-06-09 13:00:01 게재

강동, 사전투표 크게 지고 본투표서 뒤집어

국민의힘 ‘재선’ 민주당 ‘3선’ 위상 높아져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의 역전극이 화제가 됐지만,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대역전 드라마가 있었다. 강동구청장 재선에 성공한 이수희 국민의힘 후보가 주인공이다.

개표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사전투표 결과만 놓고 보면 이 후보의 재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강동구 19개 동 가운데 18개 동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밀렸다. 이 후보가 앞선 곳은 단 1개 동뿐이었다. 그것도 58표차. 누적 표차는 2만1155표로 사실상 사전투표만 놓고 보면 승부가 기울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본투표함이 열리면서 상황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역전의 조짐은 개표 초반 성내1·2·3동에서 먼저 나타났다. 이 지역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사전투표에서도 여당 후보가 64~69% 안팎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던 곳이다. 그러나 본투표에서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이 후보가 근소한 차이지만 잇따라 이기는 결과를 얻은 것.

6.3 지방선거가 한창인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들이 합동유세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개표가 진행될수록 이 후보는 격차를 줄여나갔다. 동별로 수백표, 많게는 수천표씩 격차를 좁혔고 결국 전체 판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사전투표에서 2만표 넘게 뒤졌던 후보가 본투표에서 이를 상쇄하고 승리를 거머쥔 것은 이번 서울 선거에서도 손꼽히는 이변으로 평가된다.

이수희 구청장은 공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인구 50만명 이상 자치구는 중앙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전략지역이었다. 이 후보는 이른바 ‘절윤’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단수공천을 받아냈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결국 본선에서도 생환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

◆서울 곳곳에서 드라마 =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힘 구청장들의 생존 드라마가 이어진 선거이기도 했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 강세 흐름 속에서도 이수희 강동구청장을 비롯해 이기재 양천구청장, 김경호 광진구청장, 서강석 송파구청장, 김길성 중구청장, 전성수 서초구청장 등이 재선에 성공했다. 모두 쉽지 않은 정치 환경 속에서 승리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선 성공은 단순히 임기 4년을 더 확보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행정 연속성과 지역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차기 지방정치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3선 구청장들이 존재감을 키웠다. 박준희 관악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나란히 3선 고지에 올랐다. 이들은 향후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물론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함께 오세훈 시정에 대한 견제와 정책 경쟁의 선봉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가 남긴 또 다른 특징은 구청장 선거의 독자성이 한층 강화됐다는 점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경우 서울시장 후보가 얻은 총득표보다 구청장 후보들이 얻은 득표 총합이 약 16만표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야당에서도 중구 강동구 양천구 광진구 서초구에서는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과거처럼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같은 정당 후보에게 일괄적으로 투표하는 ‘줄투표’ 현상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당보다 후보 개인의 행정 성과와 지역 평가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광역단체장과 구청장을 묶어 선택하던 과거 선거 문화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며 “생활정치 최일선에 있는 기초단체장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그만큼 구청장들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는 등 이는 지방자치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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