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한국형 협치'다│① 박명호 동국대 교수

"야당에 총리지명권 … 상임위에서 장관 추천"

2022-03-16 11:41:50 게재

"권력 협업, 가장 낮은 단계부터 … 노무현 대연정 연상"

"현안·전문가, 상임위가 가장 잘 알아 … 새로운 실험"

사진 이의종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협치를 '권력의 협업'이라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총리와 내각 인선, 중기적으로는 정치개혁 제도개선, 장기적으로는 결선투표제 등 개헌을 주요과제로 짚었다. 그러면서 총리는 야당에게 지명권을 주는 파격적인 방안까지 제안했다. 사실상 '노무현식 대연정'이다.

박 교수는 "권력의 협업은 당장 급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총리인선은 민주당의 총리 지명권 제의 또는 국회 교섭단체나 정파별 총리추천과 윤석열 인수위의 협의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의) 47% 득표율과 거대야당에 대한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내각 인선과 관련해서는 "국정현안과 과제, 그리고 적임자의 기준과 자격 등을 국회 상임위와 함께 논의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국회의 총리인준과 인상청문회의 정치적 부담도 줄이고 첫 조각인사의 정치적 책임을 국회와 공유하는 '권력 협업'"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인사철학과 '권력 협업'을 조화시키는 게 과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밝힌 윤 당선인의 인선 기준은 '도덕성, 실력과 능력'이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보낸 인사원칙 답변서에서 "지역과 배경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택,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형 협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 제도, 환경적으로 안 되는 것을 끼워맞춰선 안된다. 한국에 맞는 제도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일이다.

하지만 총리 등 조각은 당장 진행해야 한다. 관련 근거나 규정도 없다. 상당한 정치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부겸 총리 연임이나 호남 총리론 등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은 48%의 득표율과 거대 야당에 대한 존중이다. 그렇지 않고는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개혁도 협치로 가는 중요한 과제다

정치 개혁이 가능한 환경이나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오세훈법처럼 외부의 압력이 거셀 때다. 정치권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외부의 압력이 워낙 거세서 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2002년 차떼기 파동이 그런 역할을 했다. 얼떨결에 됐다.

또 하나는 1988년 선거법 개정이나 1994년 일본의 선거법 개정도 마찬가지인데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정치개혁을 통해 제도를 바꾸면 자기들이 정치적 이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 거다. 한국형 연동형 비례제도 4+1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경우가 이번 경우인데 야당(국민의힘)의 슬로건인 통합정부와 정치개혁을 여당(민주당)이 먼저 얘기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별 고민이 없는 상황, 백지상태에서 야당이 될 여당에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선거에서 져도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정치적 부채가 없다. 국민의힘도 강하게 반대할 만한 명분도 없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공동정부를 만든 안철수 대표가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

■'권력 협업'과 관련해 상임위에서의 장관추천을 언급했다.

의회의 집단 지성을 구하는 차원이다. 또 하나는 인사권의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만큼 현안과 과제를 파악하고 있는 곳이 없다. 제일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누가 제일 잘 할 수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 (좋은 인선) 기준이 나올 수 있다. 인사의 기준이 나오면 거기에서 인사를 하면 된다.

■이상적이지 않나.

최소한 좀 낮은 수준에서라도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면 청문회 과정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여야 또는 국회와 정부가 같은 걸 찾는 거지 다른 걸 찾는 게 아니다. 그러면 함께 노력한다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총리 추천권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야당의 총리 지명권까지 얘기했다. 이게 그대로 가면 국회 다수파가 총리를 갖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대선과 총선) 선거 사이클이 맞지 않아 여소야대가 된 건데 어쩔 때는 또 여대야소가 될 수도 있다.

■사람만 영입해 쓰는 방식이 아니라 당대 당 협의가 필요한 것 아닌가.

사람만 갖다 쓰는 방식은 옛날에도 시도했는데 잘 안 됐다. 사쿠라 논쟁으로 이어지고 오는 사람도 부담이 되게 된다. 새로운 실험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 제안과 요즘 협치를 말하는 많은 제안이 거의 같다. 입장만 서로 바뀌어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제도를 만들고 하면 안 되고 일단 가장 낮은 수준에서 시작을 하는 것이다.

■다당제로의 정치개혁 중 하나인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가 가능하다고 보나.

문제는 왜 기초의원만 하느냐다. 소선거구제가 문제라면 광역의회, 국회의원도 같이 바꿔야 한다. 가장 최소단위만 하겠다는 것은 다당제를 통해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원칙이나 명분에 맞지 않다. 가장 낮은 단위에서부터 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조차도 진정성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진정성을 테스트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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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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