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한국형 협치'다│②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

"국회 추천 총리가 여야와 중요 의제 조율하는 '정책연대'"

2022-03-17 12:13:24 게재

63개국 소수여당 442회, 57% 연립정부 구성

정부 효율성·법의 지배 등 연정 효과도 좋아

"장관은 상임위 경험 많은 의원 중심 임명"

17일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는 "시민 분열의 양극화 정치 대신 연합 정치의 길을 열자"고 제안했다. 김관영 김성식 채이배 전 의원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연구소는 대선 전부터 "40%대 초반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과 집권당이 국정운영을 독점하고 국회를 일방적으로 이끄는 다수 지배체제는 해결할 수 없는 갈등만 심화시켰다"며 "다수 지배 정치보다는 협의주의 정치가 이뤄진 시기에 더 많은 변화와 개혁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리고는 "연합 정치, 연합 정부는 현대 민주주의의 상수"라며 "대통령제에서도 연립정부의 빈도는 단독정부의 빈도보다 많고 연정의 결과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20대 대선이 한국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0대 대선이 한국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 국회사진기자단


◆연립정부에서 정부 효율성 더 커 = 홍제우 박사 등 '대통령제와 연립정부:제도적 한계의 제도적 해결(2012년)' 논문에서는 1996~2009년까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63개 민주주의 국가를 분석한 결과 소수여당의 출현 빈도는 442번이었고 그 가운데 연립정부를 구성한 사례는 56.6%인 250번이었다. 연립정부 구성의 결과는 표현의 자유와 책임성, 정부 효율성, 법의 지배 등에 있어서 연정의 사례는 과반여당의 단독정부보다 통치 효과가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용흔 박사의 '대통령제에서의 다수정부, 소수정부 및 연립정부의 정치 경제적 수행력 연구'(2018년 국회 운영위 정책연구용역과제)에서는 대통령제에서 단일정부보다 연립정부가 현정부 견제 기능과 정부위기 대응능력이 더 우월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집필자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대통령이 정당 정치의 한 요구가 아니라 정당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혹은 정당정치를 지배할 수 있는 독자적인 대중 권력을 직접 동원할 수 있는 권력자가 된 것은 한국 정치의 새로운 특징이자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 현실에 맞는 한국형 연합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과제일뿐 연정을 유럽의 내각제에서나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어 "1990년 3당 합당, 1997년 DJP연합은 힘의 한계를 인정하고 독점이나 독주보다 연합과 협력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정당 정치 본연의 역할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평가해야 할 측면이 있다"며 "DJP연합에서 6.15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기초생활보장제를 포함한 사회복지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중시해야 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시도 또한 재평가돼야 한다"고 했다.

◆'친이, 친박, 친문'의 정당은 그만 = 연구소는 대통령 중심의 정당운영이 왜곡된 민주주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공적영역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대통령이 지배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라며 "정당은 친이, 친박, 친문처럼 대통령 개인의 성을 따라 불리는 세력들이 주도하고 국회는 청와대 관심법안, 대통령 공약 사안이라고 불리는 법안이나 의제에 따라 여야가 사활적 대결을 벌여 대통령이 중심이 된 적대적 양극화 정치를 만들었다"고 했다. "정치가 의회나 정당이 아닌 대통령 당파에 의해 압도되면서 정견이나 이념, 신념의 가치는 나타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당과 국회를 중심으로 책임정치를 이끄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야당도 인정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권한의 분산과 위임,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국정운영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 비서실 권력이 막는 의회 중심주의 = 연구소는 정책운영 시스템을 문제 해결형 연합정치로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은 사회통합과 미래의제 중심의 국가적 아젠다를 전담하는 역할을 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된 총리에게 일상적인 행정부 업무를 맡기는 책임총리, 책임장관제를 실시해야 한다"며 "여야 정치협상 기구를 통해 총리 국회 추천제를 합의해 국회에 책임지는 내각 운영의 기초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리가 국회의 여야와 함께 중요 의제에 대한 정책연정을 이끌게 해야 한다"고 했다. "장관은 상임위 경험이 충분한 선출직 의원을 중심으로 임명하고 당의 추천과 총리 제청을 거쳐 발탁하면 된다"고도 했다.

박 학교장은 "대통령이 결심하기에 따라서는 의회 중심제도 가능하고 의원내각제는 물론 내각의 의회 책임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법과 형식으로는 열려 있는 이런 가능성이 현실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청와대라고 하는 비서실 권력이 이를 막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의 대통령제보다 훨씬 더 대통령 중심적이고 훨씬 더 행정부 중심적인 것이 한국의 대통령제"라며 "대통령의 개인적 선의에 의존해 권력을 제한하고 국회는 물론 야당과 협력해 국정 운영을 하는 미래를 바랄 수 있을까"라고 했다. 제도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대목으로 읽힌다. 연구소는 권력구조 개헌을 다룰 '정치협상 기구' 구성과 책임총리제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것이 '한국형 협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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