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고민 많아진 경찰

교통은 녹사평, 경비는 삼각지가 핵심

2022-03-21 11:28:27 게재

21일부터 관련TF 발족, 실무검토 … '3선 경호' 101·202단 재배치 불가피

경찰이 21일부터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실무 검토를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을 결정함에 따라 경찰은 경비·교통·정보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업무 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경찰서가 맡고 있는 청와대 관련 업무가 용산경찰서로 이관되는 등 경비·교통·정보 분야의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2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현재 광화문 중심인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시스템이 변화한다.

국방부 앞 도로│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합참청사로 옮긴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가 가능한 곳은 전쟁기념관 앞 공터, 남영동∼삼각지∼용산역 한강대로 구간, 삼각지∼이태원역 녹사평로 등이다. 한강대로 구간은 10만명, 녹사평로는 5만명까지 모일 수 있다. 면적만 따지면 이 일대가 광화문이나 태평로보다 넓다. 앞으로 광화문을 대신해 삼각지 일대가 경찰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이다.

◆광화문 중심 집회·시위 관리 변화 = 경찰은 삼각지 일대가 광화문보다는 집회 시위 관리 부담과 시민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용산 집무실은 70년의 경험이 축적된 청와대보다 집회·시위 관리에 변수가 많다.

청와대는 대통령 관저 인근 100m 안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회·시위법 11조에 따라 근거리 집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용산 집무실은 상당기간 관저와 별개 장소에 있어 주변 집회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서도 인근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견해와 별도 제한을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금 단계에서 금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으며, 실제 집회 시위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문검색 등도 국민 속으로 나가겠다는 당선인의 의지와 국민 정서를 고려해 현재 수준에서 더 강화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경찰은 경비 차원에서는 광화문보다 용산 집무실이 편하다고 본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는 부지 면적이 좁아 시위대가 집무실 주변을 에워쌀 수 있지만 용산 국방부 청사는 부지 면적이 넓고 출입문도 많아 그 위험성이 덜하다. 대통령 관저의 경우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 공관 뒤로는 성벽처럼 산이 둘러싸고 있고, 공관으로 진입하는 길도 한두 개 밖에 없어 '천혜의 요새'에 가깝다는 평가다.

◆용산 상습정체 우려도 =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또 다른 논란은 교통이다. 경찰은 녹사평 일대가 교통관리의 핵심지역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교통 측면에서 녹사평은 한남대교·반포대교·남산터널 등과 모두 연결되며 교통량도 많다. 용산 지역 자체가 주변과 연결성이 뛰어나 특히 교통관리 측면에서는 사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용산이 교통의 요지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관리하기 쉬운 측면도 있다"면서 "사통팔달이라 인근 지역에서부터 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해주면 흐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신축에 상당 기간이 필요한 관저다. 경찰은 한남동으로 관사가 최종 결정되더라도 거리가 4㎞ 안팎이라 교통관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윤 당선인도 출퇴근 시 교통 통제가 3∼5분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집회·시위로 인한 교통 통제나 교통 체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화문 일대 집회·시위 빈도를 보면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은 용산일대의 상습정체도 우려된다.

◆용산서로 무게 중심 이동할 듯 = 또한 경찰의 인력 재배치도 불가피하다. 그동안 용산경찰서 업무가 이태원 일대 관리 정도에 머물렀던 만큼 대대적인 인력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도 "종로에 집중됐던 인력을 용산으로 재배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용산경찰서가 미군기지 경비 경험도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01단과 202단 등 청와대에서 '3선 경비'를 해오던 서울경찰청 산하 경비부대 배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청와대 집무실은 독립 공간이라 대통령 주변을 지키는 1선 경비, 청와대 건물을 지키는 2선 경비, 청와대 외곽을 담당하는 3선 경비 등으로 역할이 명확했다. 하지만 용산 집무실 경비에는 이런 개념을 적용하기 힘들다. 용산이전 후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가 경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같은 수준의 경비·교통 시스템을 단숨에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국방부 청사는 기본적으로 군의 보안시설이라 내부 환경을 미리 알기 어려워 경찰의 사전 준비가 완벽하기도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특히 종로에 정부서울청사와 총리 공관, 미국 대사관 등 특별 경비가 필요한 기관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인력을 조정할 수 있을지도 고심거리다.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은 각각 21일부터 용산 이전과 관련한 본격적인 실무 검토를 시작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외교부 청사와 국방부 청사 두 군데를 놓고 검토 중이었는데 국방부 청사로 확정됐기 때문에 오늘부터 TF를 가동해 본격 대비에 들어간다"면서 "공공안전차장이 TF팀장이 되고 정보, 경비, 교통 등 각 기능이 참여해 대통령 경호 및 경비 관련 대책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광화문보다는 용산이 일상 경호·경비 측면에서 수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지만,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히 일부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광화문은 예전부터 집회·시위가 많아 관리에 익숙하지만 용산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선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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