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과감한 리쇼어링 정책이 필요하다

2022-03-23 11:36:16 게재

1300개 대 26개. 지난해 미국과 한국의 리쇼어링(Reshoring, 국내복귀) 기업수다. 대략 50배 차이다. 2020년 기준 미국 제조업 생산액(2조3410억달러)과 한국 제조업 생산액(4160억달러) 격차 5.6배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리쇼어링 성과는 미미하다.(월드뱅크) 미국이 리쇼어링을 국가안보 무역통상 등과 연계시키고 세제혜택 등 강력한 정책을 10년 넘게 추진한 결과로 보인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나갔다가 다시 본국으로 들어온다는 뜻으로 제조업의 국내복귀다. 이렇게 돌아온 유턴기업은 각종 세제혜택과 보조금 등을 지원받는다. 리쇼어링은 국내 투자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효과적인 정책이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코로나와 미중 무역전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끊어지면서 각국은 자국 위주 공급망을 구축하고 생산차질을 피하는 안정성 위주 전략으로 리쇼어링을 추진중이다.

활발한 정책 시행으로 성과 내는 미국

특히 미국이 이 정책을 활발히 시행해 높은 성과를 냈다. 국제금융센터와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은 오바마행정부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했다. 2011~2016년 21만개 제조업 일자리가 리쇼어링으로 창출됐다. 이어서 트럼프행정부도 수입관세 확대, 세제 인센티브 등으로 리쇼어링을 촉진했다. 2017~2020년 31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현 바이든행정부도 리쇼어링을 장려하면서 국가안보와 무역통상 산업정책 간 연계를 강화했다. 지난해 리쇼어링에 따른 일자리는 전년 대비 약 2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반도체 투자 증가로 컴퓨터·전자기기 부문이 급등해 중고위 이상 기술산업의 일자리 비중은 전년 58%에서 80%로 확대됐다.

미국은 앞으로 국가안보와 공급망 강화에 긴요한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산업을 중심으로 보조금 지급, 세제개혁 등의 방식으로 리쇼어링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부진했던 리쇼어링 활성화가 기대된다. 전경련이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10곳 중 3곳은 리쇼어링을 고려중이고, 3곳은 국내 경영환경이 개선될 경우 검토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 이들이 실제 유턴기업이 될 수 있도록 경영환경 개선이라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복귀기업 대상 설문조사(코트라) 결과 주요 복귀사유는 △해외환경 악화 △내수시장 확대 △'한국산'(Made in Korea)의 브랜드 가치 강화 △우수인력 확보 등이다. 특히 해외진출 기업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줄었다는 조사결과는 효율성 측면에서도 해외진출 매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2020년 기준 해외진출 제조기업 1개사당 평균 매출액은 2018년에 비해 8.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8.7%, 당기순이익은 60.5% 줄었다.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업체 L사는 5년 전 중국에 진출했다가 현지규제 강화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국내로 복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턴기업 수는 지난해 26개사를 포함, 2014년부터 누적기준 108개다. 투자규모는 지난해 6816억원을 더해 모두 1조9748억원에 달했다. 초기 쥬얼리 섬유 등 중소업종에서 최근에는 중견기업으로 확대되고 공급망 핵심품목이 포함되는 등 국내복귀 기업의 질적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리쇼어링 정책 성과에 비해 초라하다. 물론 통계상의 차이는 있다. 미국 리쇼어링 통계는 민간 협회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가 설문을 통해 취합한다. 해외공장을 폐쇄 철수 축소하지 않고 미국 내에 투자할 경우도 리쇼어링으로 집계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턴기업법(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해외공장 생산량을 25% 이상 줄이고 국내 생산시설을 신증설한 경우 리쇼어링 정책 지원을 받는다.

윤 당선인, 유턴기업 파격 지원 공약

유턴기업에 대한 범위가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넓다손 치더라도 리쇼어링 성과를 높이기 위한 과감한 정책시행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활력 분야 공약 다섯번째로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요건 완화'를 내놓았다. 앞으로 규제제로, 사후규제, 보조금 확대, 파격적 감세 조치 등 혁신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공약했다.

유턴기업이 늘수록 기업환경 지표가 개선돼 해외기업의 국내투자도 증가할 수 있다. 새정부에서는 기업이 국내복귀를 꺼리는 요인을 과감히 해소하고 구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를 기대한다.

범현주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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