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한국형 협치'다│⑤ 역대 국회의장들의 조언

"모든 대통령 불행한 결말 … '사람' 아닌 '제도'의 문제"

2022-03-23 12:05:01 게재

문희상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 대통령 권한 분산 가능"

김형오 "정부의 셀프 예산편성·행정감사·법률발의 막아야"

역대 국회의장들은 '한국형 협치'를 위해서는 대통령 권한을 국회로 옮기는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봤다. 제왕적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이 '불행한 대통령'을 낳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3일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의 역대 국회 의장단의 의정활동 구술기록에 따르면 20대 국회 후반기를 담당한 문희상 전 의장은 "비선과 국정농단으로 촛불항쟁이 있었고 그래서 개헌을 하는 것은 의무였다"면서 "국민이 세상을 바꿀 때는 항상 개헌이 있었지만 이번엔 못했다"고 했다.

개헌국민연대 "대선후보, 개헌 공약 채택하고 신속 이행해야"│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국민연대 회원들이 20일 세종시청 1층 행정수도 홍보전시관 앞에서 '여야 대선 후보는 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신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문 의장은 "우리 현대사에 국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 일이 몇 번 있었다"며 1960년 4.19, 1987년 6.10 항쟁, 2017년 촛불항쟁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을 마무리짓는 제도화가 중요한데 개헌이었다"고 했다.

◆문희상 "촛불혁명 이후 개헌은 의무, 그러나 못했다" = 문 의장은 "대통령이 스스로 제도로 묶지 않으면 어디로 갈지 모른다"면서 "법대로 하자고 하면 독재의 시작"이라고 했다. 대안으로는 책임총리제를 제안했다. 문 전 의장은 "총리에게 권한을 많이 줘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며 "총리가 장관을 제청하고 해임건의하는 책임총리제만 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명해서 동의절차를 밟느니 여야가 합의를 해서 총리를 뽑고 정 어려우면 두 명을 뽑아 대통령이 지명하면, 대통령은 뽑고 싶은 사람을 뽑고 총리는 국회에서 추천했으니 국회에서 책임을 지면 된다"고 했다.

◆김형오 "3권 분립 해야" = 18대 전반기에 의장직을 수행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취임일성이 개헌이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 집권후반기 레임덕, 집권전후의 불행한 결과가 모두 헌법의 문제에서 나왔다고 봤다. "무한 권력제는 무한 책임제"라고 했다.

그는 "개헌은 여야, 국민, 시민단체 특별히 청와대가 인식을 가져줘야 한다"면서 "(이명박정부) 청와대가 (개헌요구에 대해) 요지부동이었다"고 했다. "야당 대표도 몇 차례 만났는데 꼼수가 있다,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며 정략적으로 개헌을 보더라"고 했다. "정치적 타협보다는 한쪽은 밀어붙이고 한쪽은 무조건 반대한다는 양쪽의 강경파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20년 만에 돌아온 개헌의 적기를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무책임한 것이 됐다"고도 했다.

김 전 의장이 주장하는 개헌내용은 '분권'에 맞춰 있다. 그는 "민주주의 핵심은 3권 분립이고 견제와 균형인데 행정부가 집행할 법을 행정부 스스로가 만들어 국회에 보내고 행정부가 쓸 예산을 행정부 스스로가 짤 뿐만 아니라 행정부처를 행정부 스스로 감사한다"며 정부의 셀프 법률발의권, 셀프 예산편성권, 감사원 셀프 감사권을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옮길 것을 주문했다.

◆김원기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이 처음과 끝" = 김원기 17대 전반기 국회의장은 대통령 권력의 지나친 집중, 권력 확보를 위한 국회의 전투장 전락, 정치 불신으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의장시절을 회고하며 "'제왕적 권력을 놔두고는 어떤 정치 개혁도 의미가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하는 게 알파(처음)와 오메가(끝)다'라고 했다"며 "대통령에게 권력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 비판과 모든 미움, 갈등도 집중된다"고 했다.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끝이 좋은 사람이 없다"는 얘기이면서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제도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전 의장은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개헌에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야당쪽에서 동조를 덜 한 측면이 있었다"며 "야당은 대결하는 정국, 여당을 매도하는 분위기가 돼야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여당만 초대하지 말고 야당 의원, 야당 지도자들과도 만나서 허심탄회한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기회를 가지시라고 했다"면서 "미국은 대통령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회 지도자를 만나서 설득하고 대화하고 통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때도 잘 되지 않았다"며 "야당이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야간에) 전투적 충돌을 하니까 초청하더라도 가기도 그런 정치 분위기가 계속됐다"며 "이것도 제도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정의화 "다당제, 중대선거구제로" = 19대 후반기를 맡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다당제를 제안했다. 정 전 의장은 "(교섭단체) 4개정도의 정당이 있어야 한다"면서 "(거대양당) 둘이 하면 쉽긴 한데 힘들더라도 연정을 하다보면 (의사결정도) 점점 빨라지고 통합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양당 체제로 가면 분열"이라며 "진정한 다당제로 가려면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 한 지역에서 두 사람 이상 뽑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비례대표수를 100명으로 하고 지역구 의원을 200명으로 줄여야 한다"며 "비례대표에는 그 권역에 사는 사람들로 최소한 70%를 채워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한국형 협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