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

"발명자로 인정할 필요 크지 않아"

2022-03-28 11:13:50 게재

권보원 부장판사 논문 발표

남아공·호주에서는 인정

인공지능(AI)이 곳곳에서 활용되면서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특허, 즉 발명은 지적재산으로 분류돼 보호를 받는다. 특허권이 인정될 경우 법률이 보호하고, 다른 이가 사용하면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발명권자로 인정되면 그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발명자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진 것은 2018년 10월이다. 미국 스티븐 테일러 박사와 라이언 애벗 영국 서리대 교수 등은 인공지능 'DABUS'가 스스로 발명했다는 기획성 특허 출원을 전 세계에 신청하고 있다. 각종 프랙탈을 이용해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용기 등 2건을 DABUS가 발명했다는 게 테일러 박사 등의 주장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1·2심), 독일(1심) 등은 자국의 특허법 해석상 발명자는 자연인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남아공에서 첫 인정 = 다만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한 사례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사 및 지식재산위원회'는 2021년 6월 처음으로 DABUS의 특허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남아공에서는 실체 심사 없이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특허를 내주기 때문이다.

한달 뒤 호주 연방법원은 처음으로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자국 특허법상 인공지능은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점 △발명자의 외연만 고정될 이유가 없는 점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했을 경우 등록될 특허를 거절하는 것은 특허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점 △특허법상 발명자를 나타내는 'inventor'는 elevator와 같이 발명하는 물건으로도 해석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영국 항소법원에서도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 지식재산청은 'DABUS'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 출원에 대해 거부했다. 테일러 박사는 항소했지만 영국의 항소법원 민사부는 이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특허를 위한 출원은 오직 인간만 가능하다(only a person could make an application for a patent)'는 이유를 들었다. 주목할 것은 이 판결의 소수 의견이다. 소수 의견을 낸 판사는 '발명자는 해당 발명을 실제로 고안한 사람'이라는 점을 들어 DABUS를 발명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발명자는 DABUS인 반면 테일러 박사는 창작 기계, 즉 인공지능의 소유자라고 구분했다.

◆"발명 인공지능 현실화된 기술 아냐" = 권보원(사진)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도서관이 펴낸 논문집 '사법 59호'에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볼 수 있을까?'라는 내용의 논문을 펴냈다.

권 부장판사는 인간의 신경망과 기계의 인공신경망의 구조와 원리 등을 살펴보면서 인공지능의 실체를 따져들었다.

권 부장판사는 논문에서 "인간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발명하는 인공지능은 현실화된 기술이 아니다"라며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인공지능은 아직 발명자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규범적, 정책적 측면에서도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발명자로 볼 수 없는 구체적인 이유는 인공지능의 발명 기여도 때문이다. 공동으로 발명을 하면 참여자들 사이에 기여한 내용을 가지고 특허를 출원한다.

권 부장판사는 "특허출원의 발명자로 기재된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공지능에 관한 허구적 전제를 바탕으로 실제와 동떨어진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화된 수학적 계산이 아무리 복잡해도, 이것을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발명했다는 것과 동일시될 수 없다"며 "적어도 현재까지 나온 기술 수준에서, 기계는 인간이 짠 최적화 알고리듬에 따라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을 찾은 경우"라고 덧붙였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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