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이는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 비대위·공관위 공개충돌

2022-04-20 11:11:38 게재

이원욱 "명분없는 출마" 송영길·박주민 후보 배제

박지현 등 청년비대위원 "국민 외면한 결정" 반발

송영길 "이재명 복귀 반대 선제타격 의미" 항변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전략공천위원회가 20일 서울시장 공천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국회의원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의 출마명분이 약하고, 전국 선거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주당 비대위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전략후보로 지정해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 등은 20일 송 전 대표 배제와 전략공천 움직임과 관련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이라며 경선 공천을 주장하며 공개 반발했다. 송영길 전 대표도 "이재명 전 후보의 정치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 적절하지 않다"며 맞섰다. 민주당 비대위의 결정에 따라 서울시장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갈등이 전면화될 공산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회의│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혁신공천' 들어 송영길·박주민 배제 = 20일 민주당 비대위원 등에 따르면 민주당 전략공관위는 19일 내부회의를 거쳐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하고 비대위에 통보했다. 이원욱 전략공관위원장은 20일 SNS에 올린 글에서 "명분 없는 출마가 가져올 부작용과 전국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 뿐만 아니라, 최근 인천에서 주목되는 지지율 저하, 전략공천위가 실시한 여러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종합한 것"이라며 "경쟁력은 우위가 아니고 부작용만 큰 후보군을 우선 배제한 고심 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서울선거의 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지역 국회의원의 압도적 다수의 의견이 표명되었고, 조사 결과로도 입증되었다"면서 "이번 배제 결정은 옳은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고 했던 송 전 대표가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것이 명분이 없고, 전국 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복귀 겨냥했나 = 송영길 전 대표는 19일 공천배제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방선거를 사실상 포기하고 민주당을 파괴하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송 전 대표는 20일 경인방송 라디오에 출연해선 "사실상 이재명 전 후보의 정치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영길이 대선에 책임지고 출마를 못한다는 논리는 바로 이 전 후보의 대선 패배 책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전 대표는 "무슨 이유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원팀, 민주당이 돼야 하고, 모든 좋은 분들이 경선에 참여해 하나로 경선을 통해 원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를 전략공천위가 결정할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전략공천위는 전략공천할 사람을 정하는 것이지 누구를 배제한다는 결정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서울시장은 전략지역구로 지정돼 비대위로 결정이 이관됐다. 왜 비대위가 결정하지 않고 전략공천위가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비대위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 박영선 전 장관이 전략공천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별 차이가 없다. 우리당 지지자들 속에서는 제가 압도적으로 계속 1등"이라며 "저보다 떨어지는 후보를 놓고 저를 배제하고 전략공천 한다면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비대위 관계자는 20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오늘 중으로 박영선 전 장관을 만나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서울시장 전략후보로 박 전 장관을 내세우는 방향을 세웠다는 해석이 나왔다.

◆비대위 내분으로 번져 = 민주당 비대위가 서울시장 선거구를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면서 불거진 '계파 갈등' 논란이 전면화되는 양상이다. 송 전 대표가 이재명 상임고문의 조기복귀를 반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데 이어 비대위 안에서도 '계파공천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20일 페이스북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이라며 "서울시장 공천, 경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충북은 선거에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실패에 책임 있는 분을 공천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대선 때 누구 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전 당 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면서 "왜 충북과 서울의 잣대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이어 "충북에서 노영민 후보를 공천하겠다면 송영길, 박주민을 비롯한 서울시장예비후보를 모두 경선에 붙여야 하고, 부동산 실패와 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예비후보를 모두 탈락시키겠다면 노영민 후보도 당연히 탈락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상식적 판단이고 공정한 잣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에 경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패배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서울시장 공천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비대위원도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송 전 대표 배제를 결정한 전략공관위 결정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20일 전략공관위의 결정에 대한 논의를 거쳐 서울시장 공천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비대위 내부의 공개반발이 나온 상황이어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추가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지방선거를 이끌고 있는 비대위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대위회의에서 "전략공관위의 결정이 유출된 경위를 윤리감찰단 조사와 징계를 직권명령 했다"고 밝혔다. 윤 비대위원장은 "어제 심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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