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인수위원회, 지역현안 따라 각양각색
국회의원 전면 배치 중앙연계형 눈길
전남광주는 산업유치 위한 전문가형
민선 9기 광역지방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인수위원회 구성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인수위 성격도 지역 현안과 당선인 구상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이다. 국회의원을 전면에 배치한 중앙연계형, 공약 정책화에 초점을 맞춘 실무형, 지역 현안을 반영한 현안대응형, 전임 지방정부 사업을 들여다보는 재검토형, 별도 인수위보다 기존 행정체계로 복귀하는 연임형 등으로 나뉜다. 당선인들이 인수위 단계에서 무엇을 먼저 점검하느냐에 따라 민선 9기 초반 시정·도정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방자치법 제105조에 근거를 둔다. 당선인은 직 인수를 위해 인수위를 둘 수 있고, 인수위는 지방정부의 조직·기능·예산 현황 파악, 정책기조 설정 준비 등을 맡는다.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시·도는 20명 이내, 시·군·자치구는 15명 이내로 구성할 수 있다. 활동 기간은 단체장 임기 시작일 이후 20일 범위까지다. 설치는 의무가 아니라 당선인의 선택 사항이고, 세부 운영과 인력·예산 지원은 각 지방정부 조례로 정한다.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중앙연계형 인수위다. 대전은 박정현 의원이 인수위원장을 맡고 이은구 전 한남대 부총장이 부위원장으로 참여한다. 충북은 이강일 의원이 ‘충북 대전환 인수위’ 위원장을 맡았다. 충남도 이재관 의원을 ‘통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배치했다. 국비 확보, 법률 개정, 중앙부처 협의가 민선 9기 초반 광역지방정부의 핵심 과제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지역 현안을 인수위 명칭과 운영 방식에 반영한 곳도 있다.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인은 인수기구 이름을 ‘통하는 충남 준비위원회’로 정하고 실·국 업무보고 공개·생중계, 권역별 타운홀 미팅을 추진한다. 단순 업무 인수보다 도민 소통과 정책 공론화에 무게를 둔 형태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통합특별시 출범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법·제도 정비, 행정체계 설계, 균형발전 전략을 함께 다루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부산은 민생·미래 현안을 함께 앞세운 인수위로 출발한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인수위 대외 명칭을 ‘다시 뛰는 부산 위원회’로 정하고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위원장에 선임했다. 슬로건은 ‘민생은 즉시, 미래는 확실히, 부산을 다시’다. 민생 현안은 빠르게 챙기고, 부산의 미래 성장 기반은 인수위 단계에서 실행 로드맵으로 구체화하겠다는 뜻이다.
전문가형 인선도 두드러진다.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에는 정은승 전 삼성전자 사장과 백승주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등 산업·재정 분야 인사가 전면 배치됐다. 위성곤 제주지사 당선인은 김일환 전 제주대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이재승 카카오 부사장을 부위원장으로 하는 인수위 체제를 꾸렸다. 지역 대학과 정보기술 기업 경험을 결합해 산업·행정 혁신 과제를 다루려는 인선으로 볼 수 있다.
실무형·소규모 인수위도 있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곽대훈 2.28기념사업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인수위를 꾸렸다. 대구 인수위는 위원 5명 안팎의 최소 규모 조직으로 구성됐다. 대규모 외부 자문단보다 공약 실천 방안과 시정 운영 방향을 빠르게 정리하겠다는 취지다.
교체 지역에서는 전임 지방정부 사업 재검토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 인수위는 6개 분과 20명 규모로 구성돼 ‘온통대전’ 부활과 0시축제·보문산 관광개발 사업 재검토, 대전시 채무와 예산 운용 실태 점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민선 8기 주요 사업과 재정 운용을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뜻이어서 대전시 집행부로서는 인수위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인천도 비슷한 흐름이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은 민생 회복 긴급 100일 프로젝트를 예고한 가운데 제물포르네상스, 청라시티타워 등 민선 8기 핵심사업을 손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선거 과정에서 유정복 현 시장의 주요 사업과 시정 방향을 비판해온 만큼 인수위 단계에서 사업 우선순위와 추진 방식 재검토가 본격화할 수 있다.
강원은 인수위 인선 검증 문제가 먼저 불거졌다. 우상호 강원지사 당선인은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인수위원장으로 내정했지만 법적 결격 논란이 제기되자 김헌영 전 강원대 총장으로 교체했다. 인수위가 법제화된 뒤 위원 자격과 검증 문제가 실제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진 사례다.
반면 연임에 성공한 서울·경북·경남 은 정책 연속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박완수 경남지사는 모두 국민의힘 소속 현직 단체장으로 다시 당선됐다. 이들 지역은 별도 인수위보다 기존 시·도정 체계 안에서 공약을 정책과제로 전환하거나 최소한의 준비조직을 두는 방식이 일반적인 형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