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인준' 담보로 '김인철·정호영·한동훈 낙마' 정조준

2022-04-27 13:50:08 게재

낙마리스트 작성한 민주당 "8명 심각"

171석 민주당 반대하면 총리인준 불가능

총리 제청 없으면 장관 임명도 어려워

원희룡·이영·김현숙, '의원불패' 연장 관심

171석의 거함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정부 첫 내각 청문회에 앞서 19명의 청문 대상자 중 한덕수 총리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후보자, 한동훈 법무부장관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후보자 등 8명의 후보자를 '낙마대상'으로 지목했다. 민주당은 '장관 임명제청권'을 갖고 있는 총리 인준이 안 되면 내각 구성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미달 후보를 걸러내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27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KBS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한덕수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 김인철, 한동훈 후보자를 직접 거론하며 "심각한 분들이 한 여덟 분 된다고 보고 있다"며 "각각의 후보에 대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철저히 검증하겠다. 국민이 결국은 이 사람이 국무위원으로서의 자질, 역량, 도덕성이 없다고 판단을 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다시 인사청문준비단으로 출근하는 한덕수 후보자 |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다음달 2∼3일로 연기된 가운데 한 총리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여당 핵심관계자는 "한덕수 총리후보자의 이해충돌 문제 등을 보면 인준해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외에도 정호영 후보자, 한동훈 후보자. 김인철 후보자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미 "일부 부처의 장관후보자들이 청문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온갖 의혹에 연루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한동훈 후보자와 함께 정호영 후보자, 김인철 후보자, 김현숙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한 총리후보자에 집중하는 이유 = 민주당은 가장 먼저 청문요청서가 들어온 한 총리후보자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김앤장 고문, 에쓰오일 사외이사, 주택임대에서 불거진 이해충돌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부인의 해외 전시, 그림 매각 등의 과정도 꼼꼼히 챙겨 보고 있다. 무역협회 등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 역시 주요 검증 대상이다. 주미대사 시절의 예산 사용에서 편법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총리청문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총리후보 측에서 자료제출이 또 미흡하고 당일 청문회가 되었을 때 모르쇠로 하고 정말 불성실한 자세로 임한다면 이건 윤석열 정부 초기 총리로서 자격이 전혀 없다고 저는 국민여론이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검증에 날을 세우는 것은 장관후보자는 청문기간(20일)이 지나면 야당의 의견과 상관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으나 총리후보자는 국회의원 과반이 찬성하는 인준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171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면 총리 인준은 불가능하다. 총리인준이 안되면 총리 제청이 필요한 장관 임명도 어렵다. 헌법 87조 1항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했고 헌법 94조도 '행정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위원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했다. 인준을 진행하는 본회의 개의권도 국회의장에게 있는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김부겸 총리는 다음달 9일에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10일부터 총리자리가 비어있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한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하면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전 부처의 수장은 공석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8명의 낙마 대상자는 누구 =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비롯해 8명의 '낙마 대상자'를 대략적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얼마나 낙마를 시킬 수 있을 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한 후보자 인준 건을 계속 잡아놓으면서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도 너무 문제가 많다는 것이 연일 보도를 통해서나 우리 의원들 지적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고 고위 공무원을 지냈던 분이 퇴직 이후에 이렇게까지 수십억 원의 돈을 그냥 싹싹 긁어모은 경우다. 전관예우나 이해충돌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라며 "국민이 이미 낙마라고 규정한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학교에서 교육자로서의 양심이나 상식과 너무 상반된 행위를 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국회 또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하고 바로 맞서고 있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는 한동훈 장관 후보자" 등을 직접 지명했다.

최소한 정호영, 김인철, 한동훈 후보자를 '최소 낙마 대상자'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후보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후보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후보자에 대해서도 각을 세우고 있다.

'대장동 1타 강사'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강도 높게 비판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후보자, 이해충돌 의혹의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 전문성 부재 논란의 김현숙 여가부 장관후보자 등 의원 출신 후보자의 '불패신화'가 이어질 지도 주요 관전포인트다.

인사청문회와 낙마 '협상'은 그동안 여야가 구사해온 전략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SBS방송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정호영 후보 등이) 진작 사퇴해 버리고 나면 또 그 화살을 다른 사람이 맞을까봐 저렇게 시간을 끄는 게 아닌가"라며 "화살받이 역할까지는 하게 하려고 사퇴를 오히려 말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고 했다.

한편 인사청문회는 2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후보자부터 시작하고 29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로 이어진다. 다음 달엔 2~3일에 한덕수 총리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같은 날인 2일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후보자·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박진 외교부 장관후보자, 3일엔 정호영 복지부 장관후보자·이종호 과기부 장관후보자도 인사청문 자리에 앉게 된다. 4일엔 한동훈 법무부장관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후보자와 조승환 해수부 장관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계획돼 있다. 6일엔 정황근 농림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계획이 잡혀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후보자 청문회 역시 6일로 예정돼 있지만 자료제출 미비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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