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명분'보다 '실리' 택했다 ··· 민주당, 대선패배 지도부 재결합
이재명 "지선 승리 위해"
당선가능성 우선 고려
대장동 정면승부 회피
사실상 당권 경쟁 돌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명분'보다 '실리'을 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지방선거 사령탑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정치적 자산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험지'를 피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기 복귀'에 대한 당내외 비판을 잠재우기에 설득력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이 고문은 '온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9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대선패배 이후 지방선거 승리를 이유로 나오는 게 일부 지지층 외에 어느 정도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의 거주지나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것으로 고려하면 당연히 분당에 나와야 하고 지난 대선에서 크게 진 곳이지만 대장동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 이겨내려고 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재명 고문은 전날 출마선언에서 '조기 복귀'를 "정치적 위험"으로 평가하고는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하기 위해" 그리고 "출마를 막으려는 국민의힘 측의 과도한 비방과 억지공격을 회피하지 않기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고 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이 전 지사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직접 출마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동시에 이 전 지사가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 것도 결정했다. 이 전 지사가 선거에 직접 출마해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이 고문은 오랫동안 출마여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시각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조언그룹에서 '탄탄하지 않은 당내 기반에 따라 존재감이 약화될 가능성'을 근거로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친문계, 이낙연계, 정세균계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작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강성지지층이 강한 출마 요구를 쏟아내며 분위기를 만들고 이 고문이 최종결정에 마침표를 찍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해줬다. 이 고문 측근은 "우선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대선에서도 크게 진) 분당은 애초부터 선택지가 아니었다"면서 "지역구에 매몰되지 않고 전국 선거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고문의 출마가 '이재명-송영길-윤호중'으로 이어지는 '대선패배 지도부'의 재결합이라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대선에서도 고민거리였던 중도확장성이 과제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사청문회나 청와대 비서진 인선 등에서 확인된 윤석열정부의 '불공정'을 집중 공략할 계획인데 이 고문의 대장동, 법인카드 등 다양한 '불공정' 의혹들이 다시 제기될 경우 선거전략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이 고문의 출마는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지만 대선에서도 나왔던 중도층 확장 문제가 걸려있다"면서 "또 대장동, 법인카드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 카드를 윤석열정부에서 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의 중진 의원은 "이 고문의 인천 출마는 국민의힘쪽에서 대장동을 피해 갔다는 논리를 만들어주게 됐고 검찰수사를 막기 위해 불체포특권이 있는 국회에 들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지층은 환호할 수 있겠지만 과연 중도층 확장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계파싸움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고문의 조기복귀 시나리오엔 '국회의원 입성'에 이어 '8월 당대표 선거 출마'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권을 갖게 되는 당권 장악이 최대관심사로 떠올랐다. 8월 전당대회의 전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얘기다. 이 고문의 출마 결정에도 계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낙연계, 정세균계, 친문계 등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홍영표 의원이 이 고문의 출마를 환영하는 인천지역 의원 명단에 빠진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외부에 이 고문 출마에 대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지 않은 당내 인사들이 지방선거 지원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7일 페이스북에 이 고문의 인천 출마에 "원칙과 공정이라는 가치 앞에 혼란스러운 마음"이라며 "공적인 가치를 너무 가벼이 보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