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연금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것

2022-05-19 10:47:05 게재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

자산운용사는 최대의 수익을 내기 위해 최선의 주의를 기울이고(선관주의 의무) 운영수수료를 받는다. 우리나라에는 소득이 있는 국민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자산운용사가 있다. 바로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 규모는 2021년말 기준 948조원으로 전세계 연기금 중 두번째로 많다. 이중에서 약 16%인 151조원이 국내주식에 투자되고 있는데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6%에 달할 만큼 큰손이다. 자연스럽게 투자한 주식의 등락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된다.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다.

주주의 기본권인 의결권을 행사할 때도 국민연금의 판단은 언론의 관심이 되고 그때마다 주가는 움직인다.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에 나설 때 더욱 엄격한 선관주의 의무가 필요한 이유이다.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은 의결권 행사 외에도 배당 임원보수 임원 선·해임에 대한 비공개대화, 공개서한, 주주제안 등이 있다. 보다 적극적인 활동으로는 '주주대표소송'이 있다. 회사 경영진인 이사가 기업가치에 손해를 끼쳤는데 회사가 추궁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직접 이사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상법상 보장된 주주의 권리지만 국민연금이 나설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특정기업 이사를 상대로 국민연금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주주활동 때 엄격한 선관주의 의무 필요

'주주대표소송'의 결정권한은 국민연금공단내 투자전문가 조직인 '기금운용본부'가 가지고 있다. 이 결정권한을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변경하는 지침개정이 논의 중이다. '수책위'라는 조직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3대축인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단체에서 각각 추천한 외부전문가(3인씩 총9인)로 구성된 비상설조직이다. 자산운용사를 믿고 돈을 맡겼는데 소송제기 결정을 기금운용의 주체도 아닌, 의사결정의 책임도 없는, 그렇다고 투자전문가라고 볼 수도 없는 외부위원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연금 수익성에 영향을 줄 의사결정은 추천단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표대결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란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이번 개정을 추진하는 주체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기금운용본부다. 결정권한은 넘기는데 결정의 책임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개정의 이유는 결정주체의 '일원화'라고 밝혔다.

수책위에서 비공개대화 대상기업 선정, 공개서한 발송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주주대표소송의 결정권한도 함께 부여한다는 취지다.

2055년 전후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언급한 이유다 .

소모적 논쟁 접고 실질적 개선 논의해야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운용사다. 능력을 갖춘 투자전문가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 어떻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주주활동에 나서야하는지 철저한 연구와 검증,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모적인 논쟁은 접고 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