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 양회(兩會)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
다음 달 초 시작될 2026년 중국 양회(兩會)는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다. 14차 5개년 규획을 매듭짓고 향후 5년 국가 설계도인 ‘15차 5개년 규획(2026~2030, 15·5 계획)’의 원년을 선언하는 전략적 분기점이다. 그러나 도약의 발판이 되어야 할 2025년의 경제성적표는 수사는 화려했지만 산업과 내수의 온도 차는 더 벌어졌다.
가장 극명한 대조는 산업현장의 온도차에서 나타난다.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의 첨단제조업 분야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국가의 집중적 자원 투입에 힘입어 경기확장 국면인 50 이상을 견고하게 유지했다. 반면, 민생경제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임계점 아래에서 장기 정체하고 있다. 중국은 실질생산력(新質生産力)으로 반도체 AI 양자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성장의 요새’를 구축한 반면 고용측면의 파고는 여전히 깊다.
이러한 지표의 괴리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모순, 즉 ‘구조적 유동성 정체’에서 기인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으나 M2의 증가가 M1의 활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돈맥경화’(통화 유통속도 저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막대한 자금이 실물경제의 모세혈관으로 흘러야 했지만 15·5 계획의 핵심 전략 산업에만 집중되었다.
그 결과 해당 분야는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치솟는 ‘정책성 버블’을 형성한 반면, 도시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은 여전히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전략적 버블’과 고용없는 성장의 고착화
15·5 계획이 지향하는 첨단 산업 중심의 성장 방식은 고용 포용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과 첨단 제조 중심의 성장은 고도의 숙련된 소수 인력만을 필요로 할 뿐, 매년 1000만명 이상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2025년 내내 이어진 청년 실업률의 고공행진은 기술의 진보가 오히려 일자리를 지워버리는 ‘고용 없는 성장’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 당국이 민심이반을 차단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자 외국 서비스업과 문화, 유통망에 대해 까다로운 비관세 장벽을 좀처럼 완화하지 않고 자국 기업에 우선적으로 시장을 배정하는 ‘내수 요새화’를 가속화하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중국 내부의 과잉 설비와 고용 압력이 외부로 분출되며 발생하는 ‘디커플링의 변종’ 현상이다. 이는 생산 거점 자체를 제3국으로 이전하는 공급망형 디커플링이다.
중국은 미중갈등으로 서방 시장이 막히자 15·5 계획의 일환으로 ‘산업망·공급망의 해외 거점화’를 선언하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광범위하게 목격된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의 점유율 폭주는 과거 한국의 텃밭이었던 전략적 요충지가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에 의해 빠르게 잠식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중국의 제3국 진출은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기술 표준과 인프라를 이식하는 플랫폼형 수출로 진화하고 있다. 아세안과 중동의 스마트시티, 디지털 인프라가 중국의 기술 생태계로 락인(Lock-in)된다면 한국 기술의 진입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경쟁력의 문제를 넘어 향후 10년 혹은 그 이상의 수출 지도를 결정지을 지경학적 도전이다.
결국 2026년 양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중국이 스스로 성벽을 높이며 구축하는 ‘기술 요새’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이제 GDP 성장률은 중국 경제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중국이 어느 산업에 국가 자원을 몰아주고 자국민의 일자리를 위해 어떤 비관세 장벽을 쌓는지 그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밀하게 읽어내야 한다.
기술요새화 된 중국, 한국의 항로는 어디
한국의 방향성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 시장접근 전략을 재정의해야 한다. 더 이상 판매 거점이 아니라 기술과 표준에 기반한 공동 생산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제3국에서의 경쟁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제3국은 더 이상 수출대상이 아니라 기술 생태계의 영토다. 양국이 단독으로 진출하기보다는 규범·금융 결합형 공동 진출 방안을 타진해야 한다. 셋째, 중국의 기술 요새화에 대해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중국의 표준에 참여하는 능력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15·5 계획은 단순한 성장전략이 아니라 기술·고용·시장 접근권을 동시에 재편하는 국가 배분 체계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