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회계업계 출혈경쟁이 가져올 후과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어 6000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상승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주식시장 과열로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굳건하다면 악재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주가상승의 바람은 거품처럼 꺼질 수 있어서다.
자본시장 신뢰의 가장 밑바탕은 회계정보의 신뢰다. 기업들이 보여주는 재무제표 등 재무건전성에 대한 신뢰 없이 자본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기업의 외부감사인 선임 계약을 둘러싼 회계법인들의 출혈경쟁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주기적 지정제’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극약처방’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올 들어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에서 풀린 기업들의 감사보수가 전년 대비 최대 50% 이하로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회계업계에서는 심각성을 넘어 공멸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감사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회계법인들이 더 낮은 가격의 감사보수를 제시하는 ‘덤핑 수주’가 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회계법인들의 출혈경쟁을 이용해 감사보수를 더 낮추고 있다. 출혈경쟁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회계시장에 ‘죽음의 소용돌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과도한 저가수임은 감사품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비용문제로 결국 회계법인들이 감사시간을 줄일 경우 회계부정 적발 기능이 약화돼 부실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감사보수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수준의 보수경쟁은 감사품질 저해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회계·감사 품질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저가수임에 따른 감사시간 과소투입 등에 대해 감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해서도 감사인 지정과 재무제표 심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감사보수의 적정성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출혈경쟁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강도 높은 심사와 감리뿐이다. 금융당국은 합리적 사유 없이 감사시간을 현저히 적게 투입한 감사인에 대해 감사인 교체와 감리를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문제가 된 사례를 적발해 엄정히 조치해야만 과도한 저가수임 경쟁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회계투명성 약화는 결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장기적인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