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거평가·반성·책임 없이 당권 경쟁 '출발'

2022-06-20 11:41:54 게재

이재명, 책임론 딛고 출격

"대선·지선 평가 물 건너가"

중진의원들 다수 출격 준비

'지도체제·룰' 등 힘겨루기

지방선거 패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 당대표선거 국면으로 들어갔다. 지난해 재보궐선거에 이어 올해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패배 원인에 대한 평가, 반성, 책임은 수면 밑으로 내려가거나 상대방 공격용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대신 당원의 목소리를 늘리는 당대표 룰 변경을 놓고 계파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지도체제 변경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여부를 지켜보던 경쟁그룹들이 이 의원의 본격적인 행보를 확인하고 맞대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지지자들과 '하이파이브'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지난 18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이재명과 위로걸음'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이재명 의원측 핵심관계자는 "현재의 민주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고 계파 나눠먹기로 변질될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면서 "가능한 한 될 수 있으면 룰을 바꾸지 않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룰은 그대로 두되 최근에 들어온 당원들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다. 또 강력한 정치개혁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당대표 권한이 필요한 만큼 단독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펼쳤다.

이 핵심관계자는 "투표 결과 1등이 대표를 하고 2등부터 최고위원직을 맡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면 개혁이나 혁신은 물 건너가고 계파 간에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나눠 갖게 된다"면서 "총선까지 남은 2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총선에서도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의원은 최근 거국적 비상경제대책위 제안,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보복·정치탄압 비판, 윤석열 대통령의 영화관람 비판 등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패배이후 이어온 침묵을 깼고 후원금 모금과 지지자들과의 산행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의원의 당권도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당대표 선거를 준비해온 친문계의 홍영표·전해철 의원과 민평련계의 우원식·설훈 의원, 86세대의 이인영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결심하고 곧바로 공개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편으로는 세대교체의 바람으로 불려나올 '97세대'들도 경쟁구도에 들어올 것인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원, 박용진, 박주민 의원 등이 당대표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모 중진의원은 "현재의 룰이든 룰을 다소 바꾸든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로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다른 계파에서는 최소한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집단지도체제를 원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재명 의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97세대의 도전도 해 볼만 하지만 이 의원이 나오면 이들은 최고위원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로 확 전환되면서 선거 패배에 대한 평가와 반성, 책임, 혁신 과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당대표나 최고위원에 나설 후보군들이 선거 패배의 책임자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3.9 대선 패배 평가가 두 달여 후에 이어진 6.1 지방선거로 인해 미뤄뒀듯이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평가와 혁신과제도 두달여 남은 당대표 선거 이후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앞의 모 중진의원은 "당대표 선거가 시작되면 대선, 지방선거 평가나 책임 추궁은 어렵게 된다"면서 "이재명 의원을 비롯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했다. "거대 양당체제에서는 상대방의 헛발질로 살아남고 혁신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면서 "외부의 적을 끌어 들여 내부의 비판과 분란을 잠재우는 방식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생존전략"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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