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산재사망 … 안전불감증 여전

2022-09-29 11:13:44 게재

불에 타고 떨어지고 물건에 부딪혀 목숨 잃는데

정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움직임 노동계 반발

하청업체와 외부 용역업체 직원 등 8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참사 현장에서는 이번 사고가 '화재'가 아닌 '인재'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확한 화재원인은 정부의 감식 결과를 통해 규명되겠지만 화재가 발생한 주차장에 종이상자와 의류 등을 쌓아놓는 등 소홀한 안전관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소방당국이 대형 유통점에 빈번히 지적해온 불법행위다.

28일에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경북 포항 현대힘스 공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근로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철판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

27일에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한 공장에서 난간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떨어져 숨졌다. 20미터가 넘는 고공에서 이뤄지는 작업이었지만 당연히 있어야 할 추락방지망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26일에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작업하던 40대 노동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창틀 실리콘 작업을 준비하다 지상으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과 같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됐지만 여전히 노동현장에서는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산재 사망사고는 303건, 사망자는 320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34건, 340명)에 비해 사고 건수는 9.3%, 사망자는 5.9%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매일 한명 이상 꼴로 노동자가 일하다 목숨을 잃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근로현장에서 안전 경시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건 1건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노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기업의 책임을 완화하려 하고 있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덕수 총리 등은 중대산업재해의 범위와 처벌 적용대상을 축소하고 대표이사의 책임을 완화하는 등 재계의 요구를 대폭 반영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7일 한 포럼에서 무리한 규제 사례의 하나로 중대재해처벌법을 꼽으면서 "시행령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손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국금속노조 서울지부는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변경해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시행령 개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죽어가는 노동자는 외면한 채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는 윤석열정부를 규탄한다"며 시행령 개정시 강력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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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 한남진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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