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후면 입주 시작하는데…

성남 금광1구역 재개발아파트 '잡음'

2022-10-21 11:13:59 게재

고가 인덕션 교체 논란 여전

가로수 수종 주민 불만 제기

경기도 성남 금광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아파트에는 불과 한 달여 뒤인 다음 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지만 여전히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인덕션 교체와 가로수 수종 문제 등을 놓고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9월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성남 금광1구역 재개발아파트 공사현장. 사진 구본홍 기자


2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금광1구역 재개발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지난 주말 사전점검을 마쳤지만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인덕션 교체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입주예정자는 "인덕션을 교체하면 아파트 품격이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물을 보니 그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왜 많은 돈을 들여가며 교체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이 아파트에는 100만원 가격의 국내 제품이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월 주민대표회의측에서 갑자기 독일산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사업 수익을 활용해 마감재를 고급화한다는 명분이었지만 독일산 인덕션의 가격이 워낙 비쌌기 때문이다. 인덕션 교체로 인한 추가비용은 총 47억8000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대당 제품가격은 300만원이 넘는다. 특히 인터넷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해당 제품이 50만원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18일에도 입주예정자 카페에는 인덕션과 렌지후드 교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교체된 렌지후드는 기존 가격의 4배, 인덕션은 3배 정도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추가 이익을 부당하게 취한 것으로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업체는 "정당하게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업무를 위탁받은 LH측도 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LH경기본부 관계자는 "단순히 제품 구입 가격이 아니라 제품설치를 위한 전기승압공사와 AS보증 등의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며 "오히려 동일한 제품이 들어간 다른 아파트 단지에 비해선 낮은 가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한 주방가전업체 관계자는 "인덕션 중에서도 고가의 제품이 있지만 해당 제품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며 "설치비용 등을 고려한다 해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민대표회의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도 책임은 미루는 모습이다.

주민대표회의 전주용 위원장은 "남는 사업비를 세금으로 내기보다 이를 활용해 아파트 품질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인덕션을 교체했고 조합원의 80% 가까이 동의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제품을 교체하자는 주민총회의의 의결사항을 전달했을 뿐, 가격이나 품질 검수는 LH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 관계자는 "가격이나 성능에 대해선 확인 작업을 거쳤다"면서도 "주민대표회의에서 아예 특정 제품과 가격까지 지정해 결정사항을 보내왔기 때문에 입찰을 통해 가격을 낮추거나 다른 제품을 고려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단지 내 중앙로와 외곽 지역 가로수 수종 변경도 논란거리다.

LH는 성남시와 협의를 거쳐 이 구역에 이팝나무를 심었는데 일부 주민들은 벚나무로 교체해 벚꽃거리로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어 의견을 수렴했으나 조율되지 않아 당초 정비계획상 반영된 대로 이팝나무를 심은 것"이라며 "이제 와서 나무를 바꾸려면 도로포장을 뜯고 공사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종 변경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LH가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내 도로의 경사가 높은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우려가 제기된다. 한 입주예정자는 "실제로 보니 도로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며 "눈이라도 내리면 사고가 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뾰족한 방안은 없는 상태다. LH 관계자는 "20%가 넘던 경사도를 17% 수준으로 낮췄다"며 "당초 아파트가 들어선 곳이 구릉지대였던데다가 외부 도로와 연결 등을 위해서는 경사를 더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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