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으로 나무 잘라 산소용접기로 모닥불”
봉화 아연광산 광부 2명 221시간 만에 생환
물 10ℓ 나눠 마시고 믹스커피 30개로 연명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노동자 조장 박 모(62)씨와 보조작업자 박 모(56)씨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왔다.
윤영돈 경북 봉화소방서장은 5일 오전 언론브리핑에서 “4일 오후 11시 3분쯤 매몰됐던 노동자 2명이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구조됐다”며 “안동병원으로 이송해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윤 서장에 따르면 이들이 구조된 장소는 사고 발생 장소로부터 약 30m 떨어진 원형 공간이었다. 갱도들이 모이는 인터체인지 형태의 둥근 공간이다. 매몰 노동자들은 진입로 쪽에서 토사가 밀려들자 이곳으로 대피했다.
두 노동자의 구조는 매몰사고 발생 후 221시간 만이고 광산업체가 늑장 신고했을 때로부터는 8일 14시간 29분 만이다. 광산업체는 지난달 27일 오전 8시 34분 신고했다.
이들 두 광산 노동자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소천면의 성안엠엔피코리아 소유 아연채굴광산 지하 46m 지점 갱도에서 작업 중 토사붕괴로 고립됐다. 당시 작업 노동자는 7명이었는데, 2명은 자력으로 대피했고 3명은 업체에 의해 구조됐다. 매몰된 2명은 지하 190m 갱도에서 작업 중이었다.
구조된 두 노동자는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았으나 수직갱도에서 걸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양호했다. 조장 박씨는 제2수직갱도 앞 컨테이너 휴게실에서 아내와 아들 등 가족들과 만나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있느냐”고 말하는 등 의식상태도 좋았다. 조장 박 모(62)씨의 장남 박근형(42)씨는 5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아버지께서 오랜 시간동안 캄캄한 곳에 갇혀있어 시간 감각이 조금 없었지만 건강상태는 양호했다”고 말했다. 박근형씨는 지난 2일 사고현장에서 내일신문과 만나 “아버지는 20년 이상 광부생활을 했고 광산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데다 평소 성격도 꼼꼼하고 건강해 무사히 잘 대피해 계실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실제 매몰된 노동자들은 오랜 경험을 살려 차분히 대처한 덕분에 캄캄한 지하 190m 갱도에서 9일을 버텨냈다. 박근형씨를 통해 전해들은 갱도 안에서의 생존 과정은 말 그대로 극적이었다.
구조당국에 따르면 지하갱도의 평균 온도는 영상 13~15℃ 정도로 건강한 사람도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하기 힘든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몰된 노동자들은 대피공간에 있던 톱으로 나무를 잘라 산소용접기로 불을 붙여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다. 또 어깨를 맞대어 체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사고발생 후 3일 동안 가지고 들어간 10ℓ 정도의 생수를 동료 작업자와 나눠 마셨고, 믹스커피 30봉은 끓여서 조금씩 나눠 먹었다. 생수가 떨어진 후에는 갱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셨다
이들은 또 괭이로 탈출구를 직접 파기도 하고, 사다리를 이용해 수직갱도 쪽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갱도가 모두 폐석으로 꽉 차 있어 자력 탈출은 실패했다.
한편 이들의 치료를 맡은 방종효 안동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두 사람 모두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5일 점심부터는 소량의 죽도 먹었다”며 “며칠 내로 퇴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