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20차 당대회 후 중국의 광폭외교, 왜?

2022-11-10 11:45:09 게재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이 확정된 직후 폭풍 흡입 같은 광폭외교를 선보였다. 10월 31일 응우옌 푸 쭝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11월 2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11월 3일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 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연속으로 만났다. 5일간 4차례 정상회담을 개최한 시 주석의 의도는 무엇인가? 시진핑 3기 외교의 코드는 무엇인가?

첫째, 중국식 현대화의 완성이다. 국가 발전을 달성하는데 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방의 현대화 방식 이외에도 중국의 발전노선이 있다. 집중지도제와 공동부유의 사회주의 방식으로 거대 인구 중국의 국가 현대화를 실현하는 중국만의 특색·방식·속도가 있다. 현대화는 각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가능하다. 중국 이외에 또 다른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이 성과를 내고 있다.

시진핑은 베트남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은연중에 사회주의 체제의 경쟁력을 부각시켰다. 파키스탄과 탄자니아 정상들이 중국식 현대화와 국정운영의 우수성을 공개 '찬양'하는 모습에서 중국식 현대화가 차별성을 가진 대안임을 부각시켰다.

시진핑 3기 외교는 중국식 세계질서 구축

둘째, 신형국제관계 수립이다. 시진핑은 숄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국제·지역문제의 공조, 다자주의와 다자기제 내 개도국들의 이익을 수호함으로 전세계에 긍정에너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독일은 영향력 있는 대국으로서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아닌 또 다른 유력 국가들과 신형대국관계를 수립하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이다. 나아가 글로벌 발전·안보 이니셔티브의 적극적 이행으로 자연스러운 국제질서 물갈이를 기도하려 한다. 이에 하산 대통령은 당면 글로벌 도전과제 해결에서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시의적절하다고 밝혔고, 샤리프 총리도 중국과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셋째, 인류운명공동체 비전 강화다. 오랫동안 수동적이었던 중국외교는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국제사회에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에 기여하겠다는 인류운명공동체 같은 비전을 만들어냈다. '고효율의 일대일로 건설'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일대일로를 좀더 효율적인 경제협력과 원조 매개체로 활용하고자 한다. 중국은 경제·환경적 난국에 빠진 국가들을 최대한 지원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하산 대통령은 "신시대 중국과 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구축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샤리프 총리는 "홍수로 인해 자연재앙에 빠진 파키스탄에 지원을 해주는 곳은 중국밖에 없다"고 화답했다.

넷째, 중국의 국익 수호 의지다. 안보 분야에서 중국은 타이완 신장 홍콩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임을 재확인했다. 경제 분야의 경우 미국이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만큼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에 적극 대응하려 한다. 숄츠 총리에게 "양국은 앞으로 공동이익의 '파이'를 계속 키워가고, 새로운 경제 영역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쭝 서기장에게 "안정적 산업망·공급망 시스템의 공동 구축을 원한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시진핑 3기 외교는 향후 전략적 관점에서 대륙에 기반을 둔 글로벌 외교를 전개할 듯하다. 이번에 방중한 4개국은 각각 대륙별 상징성을 가진다. 독일은 유럽, 파키스탄은 남아시아, 베트남은 동남아, 탄자니아는 아프리카다. 독일은 G7이자 명실상부한 EU 리더이며 미국의 동맹이자 나토의 핵심역량이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이 설정한 대외관계의 최상급인 전천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자 사실상 중국의 동맹국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의 강국이며 미국이 탐내는 전략적 요충국이다. 이번에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된 탄자니아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에서 중국 입장을 적극 대변한다.

우리정부 대중국 전략도 정책도 안보여

중국이 먼저 요청했든 4개국이 먼저 요청했든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중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국익 퍼스트였다. 숄츠 총리는 단 12시간 체류였지만 대규모 경제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했다.

방중 직전 숄츠의 한 언론 기고문은 의미심장했다. "냉전시대 분단을 겪은 독일은 세계의 새로운 블록 형성에 관심이 없다…. 중국과의 분리를 원치 않는다…. 중국은 5년 전, 10년 전과 같지 않다…. 중국이 변하면 우리의 대응도 변해야 한다."

그럼 우리의 대중국 스탠스는 무엇인가? 전략도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