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초대 주한 베트남 대사 응웬 푸 빙

미중경쟁 영향 받지 말고 한-베 관계 발전 시켜야

2022-12-16 11:07:10 게재

양국 문화교류에 다문화가정 중시 필요 … 1억명의 시장, 손재주, 배움의 열의 등 장점

아세안면을 신설하며…
위기가 닥치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며 우리나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 등 남아시아가 재조명 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의 무역상대국이다. 이들 국가와 협력의 강화 속에서 미중경쟁 위기 극복의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상대를 알아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들도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게 관계개선의 첫걸음이라 믿는다. 내일신문은 아세안면을 신설해 매월 두차례 아세안 소식을 전한다. (편집자 주)

응웬 푸 빙 전 대사(74)는 -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학사(1965~1970년) - 초대 주한 베트남대사, 외교부 차관, 주일 베트남대사 - 베트남 친선교류협회 상임간부회 위원, 재외 베트남인협회 회장 역임

우리나라는 1992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북방정책에 힘입어 베트남과 수교를 맺었다. 당시 한국 초대 대사로 부임해 1997년까지 5년간 양국 관계의 초석을 다진 이가 응웬 푸 빙(74, Nguyen Phu Binh)씨이다. 베트남에 있는 그에게 수교 30주년을 맞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수교 30년 동안 성과는 무엇이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양국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빠르고 견고하며 포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제협력이 핵심 요소가 되고, 서로의 주요 파트너가 됐다. 양국 국민은 역사적, 문화적 친밀감과 유사성을 바탕으로 인적교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협력의 성공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됐다.

과제는 경제적 측면에서 투자 프로젝트의 품질과 기술 콘텐츠 향상에 중점을 두고, 양국간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 또 지역안보 특히, 한반도와 베트남동해(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불법체류 중인 베트남 노동자의 근로여건, 일부 다문화가정의 문제, 역사 문제 극복도 필요하다.

■한국과 베트남이 앞으로 협력을 강화할 분야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지난 30년 동안 양국간 경제 및 무역 협력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다른 분야의 협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최근 응웬 쑤언 푹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 양국 간의 협력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양국의 객관적 필요에 의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해 양국 자문기관과 각 분야 싱크탱크 간 정책협의를 강화해 현안에 대한 평가와 의견 공유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개발 모델의 성공은 베트남이 개발 격차를 줄이고 좁혀 협력 관계를 점점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양국간 경제협력은 상당하지만, 사회문화 부분의 협력은 매우 부족한 것 같다. 양국 사회문화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지난 30년 동안 양국 간의 경제 및 무역 관계가 매우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발전했지만 문화 및 사회적 교류는 주로 문화 및 예술 형식에서 여전히 불균형한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 문화와 예술은 한국에 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베트남이 재정과 인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베트남이 문화예술 상품을 구축하고 한국과 다른 나라에 전파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베트남의 노력과 함께, 한국의 문화교류 활동 운영모델을 비롯한 문화산업 발전 경험과 이를 위한 사회적 자원 동원 경험을 한국국제교류재단을 통해 베트남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인그룹은 가까운 장래에 한국 대중에게 베트남 문화를 소개하는 베트남 문화 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권고했다. 또한 양국의 문화 교류, 국민간의 소통을 증진하는 데 있어 다문화가정의 역할을 중시하면서 양국에서 베트남어와 한국어 교육 및 학습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면 좋겠다.

지난 4월 26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기념 보도사진전에서 응웬 푸 빙 전 베트남대사가 자신이 나온 사진을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북한에서 공부해 잘 아실 것 같은데,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갈 것으로 보나?

베트남과 북한은 매우 좋은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여건은 다르지만 양국은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북한과 개혁 및 개방 및 국제 통합의 경험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

■베트남도 분단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 나라로서, 남북 분단을 극복하는데 조언을 한다면

한때 베트남이 분단되었던 것처럼 남한과 북한의 국민 모두가 나라를 통일하려는 염원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베트남은 항상 한국과 한민족의 민족적 조화, 자립, 평화 통일의 대의를 지지해 왔다.

■한국 대사와 일본 대사를 모두 지냈는데, 양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베트남의 최고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의 대사로 재직하게 된 것은 행운이다. 두 나라가 서로 다른 시기에 산업화와 현대화 과정을 겪었고, 두 나라 모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양국 국민은 부지런하고 근면하며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창조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이점은 아마도 스타일에 있을 것이다. 일본은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성공하는 반면, 한국은 항상 빠르게 행동하고 성공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베트남은 양국과의 협력에 특별한 중요성을 부여하고 두 중요한 파트너의 개발 경험에서 배운다.

■그동안의 양국교역은 자유무역 국제질서를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가열되며 세계 자유무역 국제질서가 축소되고, 세계의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베 관계는 어떤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베트남과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긴밀하고 신뢰하는 관계의 결과로 견고한 기반이 있다. 가까운 장래에 양국은 대내외 정책에서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며 주요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확장 및 강화해야 한다. 파트너는 주요 국가 간 특히 중국과 미국 사이의 경쟁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 가열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1극체계에서 다극체계로 세계질서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사님의 의견은?

세계화와 국제 통합이라는 두 가지 경향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국제 관계에서 극단적인 민족주의, 강대국주의, 실용주의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전통적·비전통적 안보 도전은 국제정치·안보·경제 환경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켜 중소 국가의 중요한 외교정책 도구인 국제법과 다자주의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세계의 새로운 전략적 초점이 되고 있지만 주권, 영토, 바다 및 섬에 대한 분쟁, 점점 더 심화되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으로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베트남과 한국, 그리고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은 미중 전략적 경쟁의 압박과 고유한 어려움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베트남의 강점은 무엇인가?

인구 약 1억명의 상대적으로 큰 시장, 풍부한 인적자원, 손재주, 배움의 열의,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대한 접근 용이성이 있다. 또 천연자원이 비교적 풍부하며, 동남아 중심의 지리적 위치 등으로 주요 국가 간의 전략적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도이모이 정책과 국제통합의 성공은 사회정치적 환경의 안정, 경제발전, 인민생활수준 향상, 국제적 지위향상과 신뢰 등에 도움이 됐다.

■베트남의 국가적 목표는 무엇인가?

베트남의 사회경제적 발전 목표는 2025년까지 중저소득층을 넘어 현대산업을 갖춘 개발도상국으로, 2030년까지 고중소득국가로,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가가 되는 것이다.

■어떤 전략으로 달성하려고 하는지?

사회 경제적으로 성장 모델 혁신, 경제 구조 조정에 중점을 두고 과학 기술 진보와 혁신을 기반으로 산업화와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촉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원칙을 존중하면서 민족의 최상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자주, 다각화, 유엔과 국제법, 평등과 상호 이익 등 다자외교의 대외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하고 있다.

■베트남이 모델로 삼은 나라가 있는지?

베트남은 세계의 모든 성공적인 개발모델 경험에서 배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역사, 문화, 민족성에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 가난한 개도국이었던 한국이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이 되었고 '국가 핵심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학습할 가치가 있는 모델이다.

■아세안 속에서 베트남의 위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베트남은 전쟁과 금수 조치로 인해 황폐화된 상태에서 1995년 아세안에 가입했다. 이 기구의 회원으로 거의 30년 만에 베트남은 핵심 국가 중 하나가 되어 이 기구의 통합과 힘을 강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아세안이 세계 5대 경제권으로 성장했지만 지역통합에는 여전히 한계와 장애물도 많다는 평가가 있다. 아세안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사회정치적 체제, 규모, 발전 수준이 서로 다른 나라들을 포함하는 지역적 연합체로서 일정한 한계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도전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은 여전히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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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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