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건강보험

"건강보험 보장성·재정 안정, 동시에 진행해야"

2022-12-23 11:01:03 게재

"부적절한 지출 관리에 머물지 말고, 비급여 관리·공공의료와 지역일차의료 강화·수가제도 변화도 추진해야"

노인인구 증가로 앞으로 3년 후 2025년 초고령사회(전체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만성질환의 급증 탓으로 발생하는 의료비 부담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가 된다. 의료비 부담 해소 방안에는 당연 국민건강보험 강화가 있다. 급여 확대는 초고령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앞으로 건보사업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기본 방향이 된다.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주로 건보재정의 안정적 관리에 강조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1년 건보재정이 누적 20조2000억원에서 2026년 9조40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전망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보사업에서 건보 보장성 확대와 더불어 재정의 안정적 관리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시된 정부의 방안이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고 건보 보장성 확대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에게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 강화를 위한 방안을 물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정부의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초고령사회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사업을 지속하고 재정의 안정적 확보 노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의 발표안에는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조치들로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보면 이미 급여화된 MRI·초음파 중 재정목표보다 지출이 초과된 항목 등에 대해 의료적 필요도 기반 급여기준을 재점검한다. 이미 건강보험에 등재된 약제의 재평가, 고가약 관리 강화 등 약제 관련 진료비 증가를 완화한다. 치료재료 실거래가를 조사한다. 입원환자 수와 급여비가 급증하는 요양병원의 무분별한 입원을 방지한다. 과다 의료이용자 관리를 강화한다. 그 외 건강보험 부정청구, 불법의료기관 개설 관리를 강화 등이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22일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건강보험재정은 절약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직접의료비를 증가시킬 수 있어 아무 효과가 없거나 국민총의료비 증가를 막을 수가 없다"며 "낭비되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와 일차의료 강화, 1-2-3차병원 의료전달체계 확립, 주치의제도 도입 등 공급 개혁과 지불제도 개편, 지역의료와 돌봄 연계 같은 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22일 "건강보험의 낭비적 지출 규모는 전체 의료비의 20~30%로 2021년 기준 약 20조 ~ 30조원으로 추정된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함께 재정 효율화가 진행돼야 한다. 의료기관 단위 심사 등 부적절 이용을 관리하는 것에서 머물지 말고 비급여 관리, 일차의료강화, 병상 감축, 의료전달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인구 증가, 재정 부담 위협 = 우리나라는 최근 노인인구와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진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진료비 58조7869억원에서 2021년 93조5011억원으로 증가했다. 노인진료비는 2015년 22조2361억원으로 전체의 37.8%에서 2021년 40조6129억원으로 전체의 43.4%로 증가했다.

노인진료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이후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매년 1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만성질환 진료비와 관련있다. 2015년 만성질환진료비가 23조3721억원에서 40조5023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불합리한 건보 지출'을 줄이는 위한 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노인 의료비가 늘어나는 이유에 근거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인 건강관리가 잘 안되서 생기는 문제이니 주치의 등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취약지에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는 큰 병원 늘리기와 가정호스피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22일 "의학적 근거 없는 영상촬영, 과다투약 같은 것은 통제해야 하지만 시스템에 의하지 않고 환자·의료공급자 개별 판단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행위가 많을수록 공급자에게 인센티브가 증가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보장 약화 안돼 = 정부의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을 두고 보건의료단체들은 건강보험 보장 축소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성명을 냈다. 물론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 축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한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실과 여당에서는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일명 '문재인케어')의 폐기만 강조했다.

무상의료본부는 14일 "경계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대부분 입원 보장성이 90% 이상인데 우리나라는 67%에 불과하다. 가계 지출 가운데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 두번째로 높고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도 7.5%로 미국 7.4%보다 많다"며 "OECD 최저 보장성에도 보장을 더 줄이려는 시도는 중단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또 무상의료본부는 "정부의 건강보험료 수입 대비 국고지원율은 프랑스 52.2%, 일본 38.8%인데 한국은 법정 20%도 지키지 않고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시적 지원 법 규정(올해 12월 31일까지 적용)은 건강보험 재정 운영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더구나 정부는 2017년에서 2022년까지 정부지원을 평균 15.3% 수준으로 했다.

◆비급여 확산 차단책 서두려야 =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급여관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복지부도 '비급여 관리 기전이 미흡한 채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돼, 실손보험 기반 비급여 시장 팽창과 가계 지출 중 의료비 부담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발표에서 정부는 비급여 관리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 정책위원장은 "비급여관리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최대한 효과가 입증된 모든 행위나 약제는 모두 급여권으로 넣어야 관리가 가능하다"며 "비급여라는 건강보험관리영역외 진료영역을 놔두고 가격공개나 진료량에 대한 통제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주요 선진국에서 굳이 공적체계 내에 대부분의 의료행위를 두고 관리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강 회장은 "비급여 관리를 위해 가격 등의 정보공개 방식도 좋으나 비급여 의료서비스에 대한 의학적 성과 평가가 강화되고 근거없는 의료서비스에 대해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비급여 관리의 한축이 되어야 할 민간보험사의 책임과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급여 관리방법으로 △3자 계약방식 도입 △가격 관리 △급여 기준 기반 심사 강화 △환자 질병군을 보정한 이후에도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는 병원에 대한 정보 공개와 심사 강화(지표 개발되어 있음) △기준 비급여와 치료재료의 급여 전환 등을 제시했다.

◆만성질환관리 지역일차의료 구축 = 만성질환이 악화된 이후 치료와 처치에 막대한 의료비가 들어간다. 만성질환의 중증화와 발생을 예방하면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재정 효율화에 지역사회 일차의료 강화 혹은 노인주치의제 도입 등이 도움이 된다. 약 5조원 절감 가능하다는 근거도 있다"고 말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22일 "건강보험재정 효율화에 지역사회 일차의료 강화 혹은 노인주치의제 도입 등이 꼭 필요하다. 만성질환을 적절히 관리하고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수준을 높여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지출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치료에 주로 투입되는 건보재정을 예방 쪽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고령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뿐 아니라 신체활동 유지, 활동 지속 등을 지원해주는 노인주치의를 포함한 종합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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