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외환거래 규제 대폭 손질
10만불까지는 외화송금 자유롭게
기업은 5천만불까지 무신고 차입
99년 외환거래법 제정 뒤 첫 개편
10일 정부가 외환거래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한 것은 과도한 외환규제가 경제 전반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99년 외환거래법 제정 이후 외환거래 수요는 질적·양적으로 늘었지만 규제는 23년 전 그대로였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현행 규제위주 외환법은 규제유형만 약 350여개로 국민과 기업, 금융기관들이 외환거래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이날 '경제규제 혁신TF'를 열고 '외환제도 개편방향'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다.
다만 정부는 제도개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외환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오는 6월까지는 1단계로 시행령과 규정 개정을 통해 국민과 기업의 외환거래 불편을 줄이는 방안을 위주로 추진한다. 외환 거래절차와 외환업무영역 관련 규제 개선이 주 대상이다. 2단계로는 자본거래 사전신고제 전면개편이나 업권별 업무규제 폐지 등 구조개편과 관련된 입법사안이다. 정부는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연말까지 세부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기업 불편부터 해소 = 정부는 우선 무증빙 해외송금 한도를 현행 5만달러에서 10만달러(약 1억2590만원)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0만달러 이내라면 우리나라 거주 국민은 별도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외에 송금할 수 있게 된다.
또 자본거래 관련 은행 사전신고가 필요한 유형을 현행 111개에서 65개로 대폭 줄인다. 국민의 일상적 외환거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은행이 국내에서 300억원 이하 원화자금을 보증·담보 없이 비거주자에 대출하는 경우 등은 사전신고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기업들의 외화차입 신고기준도 연간 3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확대된다. 해외직접투자 사후보고 절차도 간소화된다. 현재는 해외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10% 이상 지분을 취득할 때는 매년 1회 정기보고와 함께 수시보고를 해야 한다. 이를 연간 1회 정기보고로 통합한다. 또 사전·사후보고 위반시 과태료 부과대상도 2만달러 이상 거래에서 1만달러 이상으로 규제를 완화한다.
금융기관의 경우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외환업무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의 외환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자본금 4조원 이상 금융위로부터 인가를 받은 4곳의 대형증권사만 기업 환전업무를 할 수 있다. 이를 시행령을 개정해 상반기 중 9개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 모두 인프라 구축을 전제로 환전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외환법 윤곽은 = 구조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향후 입법추진 중장기과제로 분류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외환규제체계에서 '원칙적 허용, 예외만 규제'라는 네거티브규율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자본거래 사전신고를 사후보고를 전환하고 해외직접투자 사전신고부담도 대폭 줄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업권별 업무 칸막이도 과감하게 없앤다는 방침이다. 다만 위기발생시 정부대응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이프가드 제도를 정비하고 경제안보 목적의 독자적 금융제재를 도입한다. 추 부총리는 "구조개편이 필요한 과제들은 관련 기관과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외환제도발전심의위원회'에서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구조개편 관련 과제들은 경제상황을 고려해 연말까지 세부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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