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마약사범 1.5배 늘때 10대 3배 증가
2023-04-24 11:02:23 게재
SNS 등서 손쉽게 마약 거래·유통
정부, 교육강화 등 대책마련 부심
23일 경찰청이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2387명 중 10대는 294명(2.4%)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마약사범 8107명 중 10대가 104명(1.3%)이었던 것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이 1.5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0대 증가 폭이 더 컸다.
실제로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중학생 A양의 같은 반 남학생 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 3명은 지난달 6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A양 집에서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양은 필로폰 0.5g(10회분)을 구입했다. A양은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와 텔레그램을 이용했다. 특히 마약 유통책이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에 마약을 놓아두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전달받았다. A양의 어머니는 딸이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자 '마약을 한 것 같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다.
마약중독으로 치료받는 10대 환자도 증가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중독 치료자는 721명이었다. 2018년 16명이던 10대 환자는 지난해 26명으로 1.6배 늘었다. 10대 환자 증가 폭은 20·3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10대 증가의 원인으로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마약을 거래할 수 있게 된 점 등을 꼽는다. 또 마약김밥·마약떡볶이처럼 식품 명칭이나 상호에 '마약'이라는 표현을 남용해 젊은 층이 마약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실제로 최근 슈퍼푸드(건강식품)로 알려진 '헴프 씨드'(대마 씨앗)를 넣은 커피를 '대마커피'라며 광고·판매하고 간판에 대마초 모양까지 그려넣은 커피숍도 등장했다. 대마는 종에 따라 환각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함유량에 차이가 있다. THC가 6∼20%로 높은 종은 마약인 마리화나로 분류되고 THC가 0.3% 미만으로 낮은 종은 '헴프'로 불린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예전에는 마약을 구하려면 사람을 직접 만나야 했지만 이제 인터넷과 SNS로 싼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어 확산하고 있다"며 "마약을 이용한 광고를 자주 접하는 것도 마약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어뜨려 실제 마약에 접근할 마음이 들게 할 수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하자 정부는 청소년 마약류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지난달 20일 '청소년 마약류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설계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 그간 복지부의 5년 주기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 대상에서 18세 이하 청소년은 제외돼 있었다.
경찰청도 지난달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 교육자료 제작'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초·중·고교별로 자료를 만들고, 약물 성격에 따른 예방자료도 제작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에 대한 표준화한 강의자료나 학교전담경찰관 대상 자료가 없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로 초·중·고교별 자료를 만들고 △펜타닐 △다이어트약 △공부 잘하는 약 △대마·엑스터시 △청소년유해약물(환각물질) 등 약물 성격에 따라 예방자료를 제작할 계획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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