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공익신고 보상금에 세금부과 논란 확산

2023-06-15 10:58:34 게재

현대차 결함 내부 고발한 김광호씨

미국 정부서 공익신고 보상금 받자

국세청, 2년여 지나서야 "세금 내야"

박용진·참여연대 "소득세법 취지 역행"

한국인이 미국정부에서 받은 공익신고 보상금(Whistleblower Award)에 국세청이 일반 소득처럼 과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구을)은 15일 "소득세법 비과세조항의 취지는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신고나 고발한 사람이 포상금을 받은 경우 세금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국세청은 과세처분을 취소하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도 논평에서 "공익제보자가 외국정부에서 받은 포상금을 비과세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과세 결정을 한 국세청에 유감을 표한다"며 "지금이라도 과세처분을 취소해 줄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국세청은 2016년 현대자동차의 세타2 엔진 결함을 제보해 미국 정부로부터 공익신고 보상금을 받은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에게 실수령액 190억원의 50%에 달하는 95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할 것을 통보했다.

참여연대는 "제보 이후 각종 민형사 소송으로 시달려 온 공익제보자 김광호 씨가 다시 국가를 상대로 추가적인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은 가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같은 공익신고로 2019년 한국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도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2억원의 포상금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현행 소득세법 제12조 5호에 따르면 외국정부로부터 내국인이 받은 '상금'과 '부상'은 비과세 대상이다. 또 소득세 시행령 (제18조 1항 11호)은 "법규의 준수 및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신고 또는 고발한 사람이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포상금 또는 보상금"을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외국 정부에서 받은 포상금은 '국가 포상금' 범주에서 벗어나 과세대상이 됐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박 의원은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에겐 처벌이 아니라 혜택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민권익위원회도 국세청의 이런 조치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규정된 행정상 불이익에 해당하는 불이익조치인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포상금의 지급 주체가 단지 외국정부라는 이유와 김씨가 받은 돈이 해당 시행령에서 정한 '상금', '부상'과는 그 용어가 상이한 '포상금'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세청은 포상금을 과세 대상으로 본 것"이라며 "국세청의 이같은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법령 해석으로 인해 공익제보자인 김씨는 또다시 국가를 상대로 긴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의 이런 과세 결정은) 국제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국내외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다수의 공익제보자들은 제보 이후 회사에서 해고, 따돌림은 기본이고 온갖 고소·고발과 법정 다툼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3월 과세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서면질의서를 국세청에 제출했다. 김씨는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포상금으로 공익신고자를 위한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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