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족' 논의, 동성혼 반대론에 막히나
국회서 '생활동반자법' 첫 논의 … 여당 의원들 "반대"
한동훈 법무 "동성혼 추진이면 정정당당하게 하라"
비혼 출산 차별 않는 '동반가정등록제' 제안도
부부와 자녀라는 기존 '정상가족'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 탄생을 인정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불붙는 모습이다. 국회에선 생활동반자법 제정안과 관련한 첫 상임위 논의가 이뤄졌고 민간에선 비혼가족을 법체계에 끌어들이는 동반가정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다만 논의 초반부터 "사실상 동성혼 합법화법 아니냐"는 반대론이 나오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 제정안(생활동반자법)에 대한 첫 논의가 이뤄졌다. 생활동반자법은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닌 두 성인을 가족관계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혼인이나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는 생활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경우 기존 가족이 갖는 권리나 의무를 갖도록 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등의 피부양자로 인정해 준다거나 장례를 치를 권리 등도 인정하는 식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데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혼인 평등을 위한 민법·모자보건법 개정안과 생활동반자법 제정안 등 가족구성권 3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부 종교계에서 '동성혼 합법화법'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는 점을 들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혼인관계로 성립되지 않은 사실상의 가족들, 청년 가구일 수도 있고 노년 가구일 수도 있다"면서 "그런 가족공동체를 국가 법체계로 끌어들여 보호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긍정적 측면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아무리 화도 이 법은 동성애 허용법이다.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국민의힘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한 장관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마치 동성혼이 아니라 1인 가구에 대한 것인 양 핵심을 피해가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이 동성혼 법제화를 추진하는 입장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주장하고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동반자법이) 우리나라에서 국민 공감대를 얻는 단계가 왔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생활동반자법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면 민간에서도 각종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세미나에선 유연한 가족제도 도입, 특히 비혼 가정을 제도적 틀 내로 끌어안을 필요성이 논의됐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비혼 가정을 사회의 제도적 틀 내에 포용해 생활환경 조성을 지원하고 정책적 배려와 복지혜택 확충을 통해 출산과 양육에 따른 고충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혼인의 예비단계화 되고 있는 비혼동거와 관련해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처럼 동반가정 등록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동반가정에 등록된 비혼 동거 가구가 양육 관련 제도적 혜택을 받고 등록된 파트너 모두에게 자녀의 보호자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기존의 전통가족이 아닌 좀 더 느슨한 가족 형태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이유는 실제로 그런 형태의 가족이 늘고 있다는 현실론,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유연한 가족 제도가 돌파구가 되지 않겠느냐는 희망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20~2050년' 자료를 보면 부부나 부부+자녀, 또는 부+자녀, 모+자녀 등 친족으로 구성되는 가구의 구성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1인 가구와 비친족 가구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친족으로 구성된 가구 내에서도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연평균 7.2% 감소하는 반면 1인 가구는 8.6%, 비친족가구는1.0% 연평균 증가했다.
생활동반자법을 검토한 김영일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은 "가구 형태가 다양화되고, 다양한 가구에 대한 국민의 수용도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제정안은 혼인 외의 방식으로 구성된 가구에 대한 법적 지원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검토의견을 밝혔다.
다만 종교계의 '동성혼 반대' 의견을 예로 들면서 "우리 사회의 기본단위로서 가족과 친족관계를 중요시하는 의견도 많은 점을 고려하면, 생활동반자에 대해 혼인을 기반으로 성립한 가족과 유사한 법률적 지위를 부여하는데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