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펜션 지어 놓고 천막텐트?

2023-06-30 10:47:24 게재

캠핑장 건축물 불법 논란

건폐율 초과 철거위기

지난 28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산 278-2 일대 '골안골' 초입에 조성 중인 캠핑장은 주요 공사를 끝내고 진입로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자세히 보면 천막텐트나 텐트설치용 데크 등은 찾아 볼 수 없어 캠핑장이 아니라 펜션이나 콘도같은 느낌이다.
대구시 남구청이 대명동 일명 '골안골' 입구 앞산 자락에 조성한 캠핑장이 불법 논란에 휘말려 개장을 못하고 있다. 최세호 기자


실제 골안골 해넘이캠핑장은 캠핑장 2447㎡, 관리동 180㎡, 화장실 33㎡ 휴게공간 5721㎡ 등에 25대의 주차공간, 야외무대, 천문돔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캠핑장 시설은 펜션형(6인용) 5개동, 게르형(4인용) 9개동, 돔형(3인용) 4개동 등 총 18개 동으로 78명을 수용할 수 있다. 내부 편의시설도 사설 펜션에 뒤지지 않는다. 펜션동은 복층에 대형TV, 조리도구,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어 텐트를 설치하는 일반적인 야영장 개념의 캠핑장과는 다르다.

대구 남구청은 당초 도시형 캠핑장을 조성해 해넘이전망대, 앞산하늘다리, 앞산빨래터 등 남구의 대표적인 관광시설과 연계해 관광상품화할 계획이었다. 캠핑장 조성 사업비는 48억원이었으나 77억원으로 늘어났고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비 6억원도 추가됐다.

문제는 6월말 개장 예정인 캠핑장이 불법 논란에 휘말려 개장하지도 못하고 철거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관광진흥법의 야영시설물이냐, 건축법에 규정한 건축물이냐에 따라 철거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일반 야영장에 설치되는 건축물의 바닥면적 합계는 300㎡를 넘을 수 없고 야영장 전체면적의 10% 미만으로 제한된다. 또 공원지역의 건축물 건폐율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4조(용도지역 안에서의 건폐율)에 20% 이내로 제한된다.

남구청이 건설한 캠핑장의 숙박형 야영장 시설이 건축물로 판단되면 관련법을 위반하게 된다. 바닥면적 기준으로는 캠핑장 18동 530㎡, 관리동 167㎡, 화장실 33㎡ 등 730㎡에 이른다. 건축법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으면 건축물로 규정한다.

시민단체는 당초 사업계획과 달리 관련법 위반을 자초한 경위 등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은 "남구 캠핑장은 부지면적이 5721㎡인데 건축물 면적이 2660㎡로 건폐율이 약 46.5%나 돼 20% 이내여야 한다는 기준을 초과했다"며 "현재 부지 면적보다 약 1.4배 넓은 부지를 추가 매입하거나 조성된 캠핑장 시설물을 건축물 건폐율에 맞게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구청 공원녹지과는 캠핑장 18개동은 '건축물이 아닌 시설물이기 때문에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건축물 면적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구청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의 야영시설물은 주재료가 천막이면서 바닥기초와 기둥을 갖추고 지면에 설치된 것이라는 규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펜션형 캠핑동은 기초토목공사를 한데다 징크 재질 지붕에 벽채, 화장실, 조리기구 등까지 갖춘 건축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용건축물은 특례에 따라 일반건축물과 달리 내부 관련 부서의 협의로 준공허가를 대신한다. 남구청 건축과는 공원녹지과에서 협의를 요청한 관리동과 화장실 222㎡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 건축과 관계자는 "공원녹지과가 요청한 내용만 검토해 협의했고 건축물 여부 논란이 있는 캠핑장 18동에 대해서는 사업부서가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안실련은 "난개발에 따른 자연환경을 훼손한 대표 사례인데다 관련 법령까지 위반한 것으로 보여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최세호 기자 기사 더보기